(연작소설) 얌전한 고양이와 함께 삽니다_3
고양이 집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정우 가족은 밤마다 유튜브를 켜고 고양이를 공부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놀이, 좋아하는 공간, 목욕시키는 법, 발톱 깎기 등, 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말이다.
미녀 수의사 유튜버의 손등에는 무시무시한 상처가 가득했지만, 정우와 아이들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식구가 하나 늘었다는 건 그만큼 행복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거니까. 돈 주고도 못 얻을 귀엽고 얌전한 고양이가,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정우의 가족에게 주어진 거였다.
얼마 안 가서 고양이의 아픈 다리를 발견한 건 민형이었다.
“얘 아무래도 다리가 아픈 것 같은데……. 그래서 자꾸 누워있는 건가?”
아이들과 방바닥에 누워 고양이와 놀아주던 민형이 말했다.
“엄마 내가 보기에도 약간 다리를 저는 거 같아.”
그새 온 세상 걱정을 다 진 것 같은 표정의 채가 말했다.
“설마……. 며칠 뒤에 예방접종이 있으니까 그때 가서 물어볼게.”
정우는 고양이 필수 예방접종이 빼곡히 적혀있는 병원 수첩을 떠올리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바로 다음 날 정우는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했다. 여전히 과도하게 친절한 수의사는 고양이를 처치실로 데려갔다. 정우는 다시 치료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며칠 사이 정우는 고양이 물품들을 사느라 자신의 알량한 통장 잔액이 확확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얘가 다리가 아픈 게 맞네요.”
엑스레이 사진에는 고양이의 오른쪽 고관절에 작은 틈이 있었다.
“대퇴골두 괴사라고, 고양이들이 가끔 이렇게 퇴행적으로 고관절이 녹는 병을 가진 애들이 있어요. 일종의 혈관 질환이에요.”
수의사는 설명하면서 양손으로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를 잡아 지그시 눌렀다. 얌전하기만 했던 고양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몸을 뒤틀었다. 자신은 시베리아를 호령하던 호랑이의 사촌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듯 섬뜩한 모습이었다. 정우는 의사의 멱살이라도 잡고 그것을 왜 지금에서야 말하느냐고 따져 묻고 싶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야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우가 입술을 앙다물며 말했다.
“길고양이를 구조하신 거랬죠? 이런 소동물은 고관절이 없어도 걸어 다닐 수 있어요. 절룩거리겠지만 걸어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거든요. 단지 한쪽 다리가 점점 왜소해지다가 최종적으로는 못 쓰게 되겠지만.”
“네에?”
“대부분 이럴 경우에 수술을 권장해 드리는데, 수술비가 비싸서…….”
수의사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어물쩍거렸다.
“수술비가 얼마인데요?”
정우가 물었다.
“약값까지 다 하면 백오십은 생각하셔야.”
“백오십만 원이요?”
수의사의 말을 자르고 소리를 지른 건 채였다. 채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정우를 쳐다봤다.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의 태도에 정우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애물단지가 되는 건 삽시간이었다. 표정 관리가 안 된 정우가 아이들과 고양이를 챙기고 있을 때 주치의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보호자님 상황을 생각해서 수술비는 50% 할인해 드릴게요.”
50%고 나발이고, 정우는 아이들 피아노 학원비도 밀릴 때가 있었다. 싸늘해진 정우는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정우는 고양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곧 민형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고, 아이들은 또 제 아빠를 붙잡고 그날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아빠 백오십만 원이래.”
채가 또박또박 강조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형은 다시 사나워진 눈으로 고양이와 정우를 흘끗거렸다.
정우는 책방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새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고 전화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역시 아픈 고양이였어. 그렇게 얌전할 리가 없는데……. 어쩌냐? 아파서 이제 어디 입양도 못 보내고.”
친구가 속도 없이 말했다. 정우는 눈앞이 캄캄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정말 원래 있던 곳에 데려다 놓을까?”
정우는 진지했다.
“아서라. 벌 받는다. 내가 얼마라도 보태줄까? 내가 걔 수양 엄마 할게.”
“돈은 무슨, 아니야. 나 수술할 능력 안 돼.”
“정우야 잘 생각해 봐. 걔가 너를 따라온 데는 다 하늘의 뜻이 있다. 인연인 거야. 함부로 인연 버리는 거 아니다. 근데 정우야, 너 나중에 카페 하고 싶다고 안 했어?”
정우는 대학시절부터 자신은 언젠가 때가 되면 고즈넉한 카페 주인장이 될 거라고 노래하고 다녔었다.
“카페 해야지. 돈 모아서.”
정우가 힘없이 대꾸했다.
“너 카페 열면 그 고양이가 마스코트 될걸? 우리 집 봐. 책 보러 오는 사람보다 얘들 보러 오는 사람이 더 많아. 인스타에도 다 고양이 얘기고. 얘들이 한몫 단단히 한다니까.”
“그렇긴 하더라. 정말.”
“너도 그렇게 될 거야. 걔가 은혜 갚는 날이 올 거다. 눈 딱 감고 아픈 고양이 살리자.”
친구는 전화를 끊고 ‘집사가 된 걸 환영하며’라는 메시지와 함께 돈 십만 원을 보내왔다. 헛헛해진 정우는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다가 얼굴 잡티가 서서히 부활하는 걸 발견했다. 정우는 자신의 인생 그래프가 다시 밑바닥을 향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엄마, 라떼 수술할 거지?”
채가 눈치껏 모래에 숨은 고양이의 똥오줌을 걷어내며 말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잖아. 아빠하고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할게.”
‘알았어’라고 대답하는 채의 표정이 시무룩했다. 돈 때문에 아이에게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날이 올 줄이야, 정우는 고양이 모래에 신경질적으로 닥터 스프레이를 뿌리며 생각했다.
“자기는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아이들을 재우고 거실로 나온 정우 부부는 벌써부터 시든 꽃잎 같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고양이가 온 뒤로 부부 둘만의 거의 첫 대면이었고, 먼저 말을 꺼낸 건 의외로 민형이었다.
“아니, 다리가 아픈 건 우리 탓이 아니잖아. 좀 더 지내보다가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면 그때 다시 생각하자. 봄이 되면 밖으로 내보내도 되고…….”
정우의 말에 민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우 집에 온 지 2주가 되었을 때 고양이는 그야말로 고양이의 본색을 드러냈다. 인조가죽으로 된 식탁 의자, 패브릭 소파가 고양이 발톱에 상하기 시작했고, 화분들도 툭하면 엎어지거나 이파리가 뜯겼다. 고양이는 알고 보니 풀도 먹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시급한 문제는 밤마다 고양이가 울부짖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랬다. 고양이는 야생동물이었다. 정우는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영락없이 귀곡 산장에서 들릴 법한, 한 맺힌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정우 가족은 인터넷과 유튜브로 열심히 원인을 찾았지만, 원인은 그 모두에 있었다.
우선 공간이 고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야생 고양이를 집안에 가둔 꼴이니 당연했다. 둘째,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서 발정하는 중이라는 것, 고양이는 이제 만 한 살이 되어가는 한창 젊은 수컷이었다. 셋째,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다는 것, 고양이는 다리가 아프다는 불편한 진실이 밝혀졌고. 마지막으로 고양이는 자신이 아는 영역 안에서 비밀스러운 공간이 없어야 한다는 것, 정우의 집에서 고양이에게 허락된 공간은 오직 거실뿐이었다.
한번 시작된 고양이의 울음은 매일 밤 계속되었다. 정우 가족은 나름의 자구책을 연구해서 열심히 실행에 옮겼다. 우선 침대 방을 열어 고양이에게 허락해 주었고, 잠자기 전에는 거실 곳곳에 물이며 간식을 조금씩 나누어 포진시켰다. 사람과 함께 자는 것까지 허락하니 고양이는 확실히 덜 울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이들이 자는 이불 위에 올라가 밤새 그르렁거리거나 머리카락을 뒤지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결국, 아이들을 재우는 침대 방문을 닫고, 부부는 거실에 나란히 이불을 깔고 누웠다. 하지만 고양이의 울음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되었고 나중에는 밤이고 낮이고를 구분하지 않았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정우 가족은 점점 피곤해졌다. 나중에는 정우마저 방으로 들어가고 민형만이 거실에 남았다. 민형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잿빛으로 변해갔다.
안 되겠다 싶어진 정우가 길고양이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회장은 펄쩍 뛰었다.
“세상에, 새로 생긴 그 병원은 다 사기꾼들이에요. 거기 들어간 고양이는 다 잘못돼서 나왔어요.”
회장은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를 과잉 진료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병원에 원한 감정이 있었다.
“제가 알아보니까 그 사람들 원래 소, 돼지 같은 큰 동물을 만지던 사람들이래요. 아니 왜 검진할 때는 다리를 못 봤대요? 그리고 한 살도 안 된 고양이가 왜 고관절이 녹아? 이상한 사람들이네! 정말……. 백오십만 원? 반값은 또 뭐야? 그러면 처음부터 반값을 얘기했어야죠. 안 그래요? 아기 엄마, 그러지 말고 그 병원에서 진단서랑 엑스레이 찍은 서류 같은 거 달라고 해서 다른 병원에 가보세요.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 지역에서 제일 오래됐고 외과로는 특히 유명한 병원이 있어요.”
정우는 회장의 소개로 고양이를 다른 병원에 데려갔다. 이번에는 정우 혼자였다.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쓰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아이들 교육이라는 명목은 끼어들지 못했다. 새로 만난 의사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교통사고입니다. 백 프로예요. 여기 보세요.”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 주면서 고양이가 아주 오래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을 것이며 고관절 뼈가 부러져서 걸을 때마다 고통스러울 거라고 말했다. 부서진 뼈를 깨끗하게 발라내는 수술을 하면 80, 90%까지 회복될 거라고 말하는 의사는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런데요. 길고양이를 구조하신 분들은 보통 수술은 안 하죠. 수술비도 비싸고, 얘들은 수술을 한다고 해도 엉뚱한 곳에서 빵빵 터질 수가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솔직히 말해서 얘들은 밖에서 영양 섭취도 불균형했을 거고, 이상한 병에 이미 걸려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열심히 다리 수술을 시켜놔도 갑자기 혈관이 터진다거나 암에 걸린다거나 할 수 있어요. 그건 각오하셔야 해요.”
그는 확실히 사기꾼은 아니었다. 의사는 길고양이 협회장의 소개로 왔으니 약값, 입원비, 중성화 수술까지 모두 포함해서 백이십만 원 선에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전 동물 병원의 반값 할인보다 비싼 금액이었다. 정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술 날짜를 정했다. 어차피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그새 마련한 앙증맞은 캐리어에 든 고양이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정우는 속없이 퐁퐁 내리는 하얀 눈을 맞으며 절뚝절뚝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날짜를 하루 남겼던 밤, 정우가 고양이 울음소리에 어김없이 깼던 그 새벽, 정우는 결심했다. 정우는 옷을 단단히 껴입었다. 한동안 푸근하던 날씨는 그날따라 다시 영하를 찍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고 생각하며 정우가 조용히 거실로 나왔을 때, 고양이는 어김없이 현관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바깥으로 나가자.”
정우는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속삭이며 고양이를 안았다. 계단을 내려가 공룡이 포효하는 듯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정우는 보란 듯이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정우가 실내로 들어가자 스르르 아파트 현관 자동 유리문이 닫혔다.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정우를 한 번 보더니 바닥에 깔린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앉아서 가만히 요동치는 세상을 바라봤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자신이 살던 야생이었다. 고양이의 머리 털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오른쪽 왼쪽으로 흔들거렸다. 순간 정우의 목울대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정우는 돌아섰다.
조심조심 정우가 현관문을 닫자마자 민형이 거실로 나왔다.
“안 잤어?”
깜짝 놀란 정우가 물었다.
“당신이 뭐 했는지 다 알아.”
민형은 겉옷을 찾아 입었다.
“왜? 겨우 내가 버렸는데, 뭘 어쩌려고? 처음부터 싫어했잖아. 내 손으로 주워 왔고 내 손으로 갖다 버렸는데 무슨 문제 있어?”
정우가 쏘아붙였다.
“애들은?”
“애들은 내가 다 설명할 거야. 우리 둘이 입을 맞추면 돼. 창문으로 나갔다고 할 거야. 이 층이니까 믿을 거야.”
정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민형은 현관 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