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외로움이 싫었던 것뿐일 텐데
그녀가 불쌍했다. 논쟁의 잘잘못은 사실 의미 없다.
그런 판단이 안될 그녀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꽤나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며 많은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즐기는 모습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모습을 사랑한 그가 아닌가.
다만, 누구나 당연시 인정되는 내 사람인데 언짢은 자신의 기분을 이해받기 위해 그녀를 모든 사람의 대적 상대로 만든 그가 미웠다. (무엇보다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막혔다.)
몇 시간이면 사라질 논쟁이라는 세상에서 비난받는 철저히 혼자일 그녀가 안쓰러워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라며 그렇게 몇 년을 함께해온 우정이 있을지라도, 어쩌면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을 안줏거리에 지나지 않은 가치 없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비록 스쳐가는 찰나(刹那)일지라도.
어떻게 그녀를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도 지혜가 부족한 나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결국 이 작은 논쟁의 세상은 몇 시간 뒤면 사라질 것이고, 그날 밤 그는 포근한 이불속에서 미안했다며 그녀를 꼭 안아줄 테니까. 그것으로 그녀의 서운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 테니까.
그리고 "괜찮아."라며 말할 수 있는 쿨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순으로 관계라는 구름은 흘러갈 테니까.
그게 내가 바로 결혼하고 싶은 이유이자,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