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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햇살 May 25. 2020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

오늘도 쉽게 분노하지 않게 해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 명상 영상을 찾았다. 10분 동안 호흡에만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마지막에 명상 속, 안내자가 오늘 나에게 다짐할 것을 말하라길래 나는 일초에 망설임도 없이 ‘쉽게 분노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내뱉었다.

내가 평소에 잘하지도 않는 명상을 찾고 숨쉬기에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꼴이 마치 정신 수양이나 도를 닦는 사람같이 보일지경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지만...

잠시 후 일어날 두 아이와의 오늘 하루를 나름 준비하기 위한 준비 의식이랄까....


왜 이다지도 나의 일상이 분노를 잠재우는 것부터 시작되었는지-사랑하는 내 새끼가 아닌 지긋지긋한 내 새끼로 변질된 건 다름 아닌 코로나 19 때문-

스트레스 지수는 이미 하늘을 찌른 지 오래다.


난 평소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고  화내는 것도 많이 참는 사람이며 화가 난들 버럭 소리 지르는 스타일도 아닌 조 분 조 분 말하는 스타일이라 요즘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다.

미쳐 돌아가는 분노의 화신이랄까...

진짜 내가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는 나대로 미치고 애들은 애들대로 미치고 이런 일상이 벌써 장장 5개월 동안이다.

작년 12월 27일 겨울방학 이후 지금까지 5개월에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감옥살이도 이런 감옥살이가 없다.


온전히 내 시간, 온전히 프리덤은 이제 그리움만 남긴다.

유순했던 애들도 나름에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에 똬리를 튼다.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한 에너지는 집안에서 부딪치기 시작했고 싸움에 화해에 울음에 잔소리에... 매일매일이 반복된다. 어느새 이 모습이 새 일상이 되고 반복이 되고 그날이 그날이 되었다.


그렇게 일상은 고루하고 5개월에 여정은 계속 반복되고 지루함에 끝이 없어 보인다.


씻기고 먹이고 공부시키고 중간에 집안일하고 또 먹이고 중간중간 놀아줘야 하고.. 틈내서 장도 봐야 하고 쓰레기도 얼른 버리고 와야 되며 거칠게 쓴 화장실도 청소해야 된다. 다시 또 먹이고 치우고 그러다 갑자기 슬픔이 몰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신세한탄도 한다.


어제도 아이에게 이런 소리를 했다.

’이건 장기전이야 금세 끝나는 게 아니라고... 너랑 이렇게 계속 반복되면서 싸우기가 이제 정말 싫어-너도 힘든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똑같이 힘들어. 엄마도 많이 지쳤어. 지친 와중에 또 너에게 잔소리를 계속하게 되니 엄마도 마음이 좋지 않아. 너도 자꾸 잔소리 들으니 싫잖아.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닌데 요즘은 엄마가 자꾸 싫은 소리만 하게 되니 너도 마음이 아프잖아. 그래서 엄마도 속상해.

그러니 집안에서 지켜야 될 것은 잘 지켜줘. 그래야 서로 돕는 거야. 그러면 나도 잔소리 안 하고 너도 덜 혼나지...’


어쩜 간단히 하지 마-고만해-로 끝내야 되는 말인데 나는 말이 길은 편이라 점점 길게 길게 늘어진다.

얼마나 내 마음을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100이 아니더라도 10프로만 이해했어도 내 분노 속에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게 아닌 거라는 걸 알기나 알까?

화를 내면 엄마는 나를 싫어해, 미워해로 또다시 분노하는 아이들....

분노가 분노를 낳으니 가슴 아프다-


아이에게 떠든 말은 어쩜 나 자신에게 떠든 소리가 아닐까 싶다. 내가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싸대기를 때리면서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 잡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언제고 이 모든게 지나갈 거라고 믿는 마음 때문에 희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산다.

예전처럼 평범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이 상황에 적응하고 익숙하고 거기서 다시 찾은 소소한 가쁨이라도 있지 않을까...

애들하고 매일매일 부대끼는 날들이 힘은 들지만 애들이 커가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던 시간도 항상 있었던 건 아니니까 말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다 보면 내 분노 도 더이상 버티지 않고 어느새 작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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