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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Oct 12. 2023

스타벅스 햄치즈루꼴라 샌드위치

TVXQ | Rising Sun



햄치루… 햄치루가 먹고 싶다.

근래에 내가 저녁마다 되뇌던 말이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당신은 할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햄치루가 무엇인고 하면,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로, 올리브 포카치아 사이에 햄, 치즈, 토마토 그리고 루꼴라를 끼운 음식이며 정식 명칭은 ‘햄&루꼴라 올리브 샌드위치’이다. 그런데 어째서 ‘햄치루’라고 부르냐 하면, 이 메뉴는 예전에 ‘햄치즈루꼴라 샌드위치’라는 명칭이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샌드위치를 좋아한 역사도 꽤 오래되었다.

아무튼 그 햄치즈루꼴라인지 햄루꼴라올리브인지 하는 샌드위치를 먹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궁금할 텐데 그것은 이 샌드위치의 마니아층이 상당히 두텁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로, 저녁시간대까지 이 샌드위치가 진열장 안에 살아있는 경우는 꽤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운이 좋으면 저녁때에도 간신히 하나 남은 것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샌드위치는 특별히 넉넉한 양으로 발주를 넣는 제품인데도 금세 동이 난다. (발주량을 아는 이유는 오래전 스타벅스에서 근무를 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일주일 넘게 저녁마다 허탕을 쳤는데,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직전까지 이 샌드위치에 대한 갈증으로 앓는 지경에 이르렀고, 빨리 이 욕구를 해소해 버리고 평정심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곧장 스타벅스로 달려왔다.

아침 운동 후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라니.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20대 중반쯤에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쉰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나의 일상 루틴은 아침 조깅 후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와 돌체라테를 스낵으로 삼는 것이었다. 오늘과 같이 아침 유산소 운동으로 땀 흘리고 스타벅스에 들어와 진열장 안에 한가득 쌓인 샌드위치를 보고 있자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지금 이 순간과 오버랩되었다. 갑자기 몇 년 전 그때의 나이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 같아서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오늘의 커피 한 잔과 햄치루를 받아 들고 평일 아침의 커피숍 안의 분위기를 느껴 보았다. 모든 테이블마다 노트북이 하나씩 올려져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다들 아침부터 열심히 사는구나!


일어나서 카스테라 한 덩이나 먹고 유산소 운동을 다녀왔더니 몹시 배가 고프다. 눈앞에 샌드위치가 아니라 샌드위치 모형이 있대도 당장에 입 속으로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오버인가? 취소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은 샌드위치는 (당연하지만) 특출 난 맛은 아니었다. 이게 뭐라고 며칠을 그토록 앓았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신기하다. 별거 없는 이 맛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다지도 먹고 싶었을까.


내리 일주일간 갈망하게 만든 음식치곤 특별할 것 없는 맛이었지만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하면서도 설레었던 나의 20대. 지금이라고 뭐 미래를 예측하는 초능력이 생겼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상사가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일이란 것을 알기에 모든 일에 한결 여유로워졌달까.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때론 불안한 고민의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소중하게 받아든 샌드위치. 오븐에 데워져 녹은 치즈가 먹음직스럽다.




지금도 젊긴 하지만 이보다도 더 젊었던(아니, 어렸던) 몇 년 전을 회상하고 있자니 내가 10대 시절 좋아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노래 한 곡이 생각난다. 팬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방신기가 부른 노래들 대다수가 지금 들어도 명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중 특히 ‘Rising Sun’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인생이란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며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 노래. 이 음반이 발매되었던 당시 그저 순수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 노래 가사에 별 의미를 두고 듣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노래 가사가 가슴 깊이 와닿는다.

이 노래 속 가사처럼, '매일 새로운 날은 계속된다'.






유튜브 SM Town 채널에 올라와 있는 Rising Sun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첨부해 본다. 유영진 작사가가 가사를 붙였는데 가사가 좋다.♪



아래에 해당 노래의 가사 일부도 첨부한다.

힘을 잃어버린 날개
재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 날들
비상하리란 꿈의 파편들로 맞은 나의 아침엔 반짝임이 없는데


시간만이 아는 해답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

이 시간은 언제나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
하루하루 후회를 남겨 두지 마
고독이 낳은 분노마저 삼켜봐
고단해진 슬픔의 눈물에서 실현되는 행복의 가치를 믿어봐
시련들이 내민 손에 작은 입맞춤
고난의 뜰에 핀 나의 순수함
아무것도 정한 건 없겠지만 매일 새로운 날이 계속될 테니까



그저 앞으로 걷고 또 걸어나갈 뿐이다. <Walking Man> by Alberto Giacometti



*위 글 속에서 언급했던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이라는 문장은 만화영화 <짱구는 못 말려> TV 시리즈의 오프닝 테마곡(한국어 버전)의 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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