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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Oct 27. 2024

[25] 안녕, 나의 사랑스러운 런던.

런던여행기



만약 날씨를 바다에 비유한다면, 오늘의 날씨는 그 속이 또렷하게 보일 만큼 맑고 차갑고 푸르기 그지없는 동해와 같을 것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아 깜깜한 이른 아침이지만 맑고 시린 이 공기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짧지만 풍성하고 즐거웠던 나의 런던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날의 아침이다. 런던에 처음 도착했던 날에도 참으로 맑고 차가운 아침이 나를 마중나왔었는데, 런던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그때와 같이 맑고 차가운 아침이 나를 마중하러 나왔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참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런던이랄까.


해 조차도 뜨기 전인 이른 아침. 맑고 차가운 공기가 코로 훅 들어온다. 불 꺼진 집들 틈에서 홀로 불 켜진 저 집이 눈에 띈다.



이른 비행 편 시간 때문에 선데이 로스트를 먹고 가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섭섭함을 달래기 위해 공항행 테임즈링크를 타기 전에 유스턴역 Pret a Manger에서 런던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주말에도 아침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Pret에게 새삼 고맙다.


샌드위치 진열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의 시간을 잠시 만끽한 후 아보카도 달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아보카도와 달걀이라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따뜻한 화이트커피도 한 잔 주문하여 받아들고는 단출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식탁에 앉아 창밖 역 풍경을 보며 런던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즐겼다. 아직도 런던에서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데 떠나야 한다니 응당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지만 한편으로는 드디어 집에 돌아간다니 홀가분하기도 했다. 숙소의 상태와는 별개로 어쨌든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숙박하는 일이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나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매일 쓰던 샴푸로 머리를 감고, 매일 쓰던 익숙한 향의 바디클렌저로 샤워하고, 매일 쓰던 익숙한 감촉의 수건으로 몸을 닦고, 매일 앉던 화장대에 앉아 자연스레 손을 뻗어 로션을 꺼내어 바르고, 매일 나를 감싸던 이불 위에 편히 드러눕고 싶은 마음으로 두근두근 설렜다.


유스턴 역 Pret에서 갖는 런던에서의 마지막 식사.



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위에 놓인, 끝없이 이어지는 런던 풍경을 성실히 눈에 담았다. 만남이 있으면 당연히 헤어짐도 있는 법, 그리고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또다시 만나게 될 것임을 상기하며 조금씩 천천히 도심과 멀어져 갔다. 도심과 멀어져 갈수록 어둠 또한 점점 멀어져 갔다. 창 밖이 밝아온다.


안녕, 잘있어, 런던!
열차 타고 공항으로.



혹시나 변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여유 있게 나왔더니 탑승 시각까지 제법 시간이 많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면세점도 둘러보고, (또)스타벅스에서 마지막 에그노그라테도 한 잔 더 마시고, 더 이상은 할 게 없어 지겨움에 두 손 두 발 다 들쯤 드디어 탑승할 시간이 다 되었다.


개트윅 공항 그리고 위타드 매장.


마지막 에그노그라떼. 너도 안녕!



안녕, 런던.

나의 사랑스러운 런던.

오래도록, 아니 영원히 기억에 남을 런던.

곧 다시 보자.



(*에필로그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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