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박 Jun 22. 2020

내가 엄마를 조금 더 사랑할 순 없는 걸까?

나는 못난 캥거루족

우리의 사랑의 크기는 다른가봐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한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도 나를 사랑한다.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런 내가 '아 이게 사랑이구나'

느낄 정도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의 결이 다르다.

엄마의 사랑은 벅차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내 일상 속에 그녀가 들어오는 게 싫을 때가 많다.

나를 위한 잔소리. 사사로운 간섭.

내 몸을 위해 굳이 먹지 않겠다는 영양제를 챙겨 주는 행동, 하나까지도 나를 귀찮게 한다.

모든 말과 행동이 나를 위한 걸 알면서도



내가 알아서 할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느끼는 모종의 죄책감.


그러면서도

독립할 나이지만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캥거루.


엄마는 인터넷 쇼핑으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걸 잘하지 못해서 나에게 부탁한다. 엄마가 해달라는 걸 다 해주기는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귀찮음이 묻어있는 내 말투에 항상 미안해하는 우리 엄마.


반대로 내가 흘러가는 말로 뭐가 갖고 싶다. 먹고 싶다는 말은 절대 흘려듣지 않고 다 해주려 하는 우리 엄마.


그런데 엄마. 나 자꾸 숨이 막혀요.

내가 가진 그릇에 비해 엄마의 사랑이 너무 커서 벅차요.


엄마가 나를 좀 덜 사랑할 순 없는 걸까?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라리 내가 귀찮아하고 알아서 한다고 짜증내면 나를 따끔하게 혼내고 모진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딸려오는 자괴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것마저도 실패한 걸까?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할 순 없는 걸까?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넓이를 이길 수는 없는 걸까?

나의 효심은 모성애를 이길 수 없는 걸까?


오늘도 죄책감과 함께 캥거루족은 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등감' 그거 어떻게 없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