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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박 Jul 13. 2020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아침마다 빌어보는 일



오늘은 월요일, 나는 출근을 한다.

꿀 같은 주말을 넘어 다시 시작되는 한주.

술에 흥청망청 취해버려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는 휴일.

다시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딱 하나.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


어린날의 초상


어렸을 때의 나는 하루하루가 특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우리 집에 누군가가 놀러 왔으면 좋겠다.

엄마 손잡고 놀이공원에 가고 싶고, 햄버거가 먹고 싶다.

캐릭터 필통을 사서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산타 할아버지가 내가 갖고 싶은 선물들을 몽땅 들고 몰래 방에 놀러 왔으면.

인형을 끌어안고 자고 일어나면 귀여운 동생이 생기길!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과 특별함을 느꼈던 ,

그러면서도 매일 또 다른 변화가 생기길 바라며 잠들었던 어린날의 나.

아침에 눈뜨자마자 빌어보는 소원.


하루가 특별해지게 해 주세요!



어른이 된 지금은 뭐가 잘못된 걸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하루에 감사함을 느낀다.

컴플레인 없이 무사히 근무가 끝나고,

상사에게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 그런 하루.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어제 그랬듯이, 똑같이 저녁을 챙겨 먹고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똑같은 시간에 잠드는 그런 하루.



즐겁고 특별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에 띄지 않게 무난해지고 싶다.

아무런 갈등 없이 마음의 스크래치가 안 남는 그런 하루.

나는 지금껏 세상에서 너무 고되게 살아왔던 걸까?


다시 갖고싶어. 나의 어린시절!


어릴 때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이런 게 어른이라면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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