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박 Jan 19. 2022

조용한 관종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나에게



혼자 살다가 혼자 가는 인생-


어릴 때는 혼자인 게 싫었다.

외동이었던 나는 형제가 간절는데,

일단 집에서 너무 심심했고

엄마 아빠 손잡고 모임에 따라가면 형제들은 그들 끼리 놀고 나만 혼자였다.

동네에서 놀 때도 다른 친구들이 나를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렸다.

OO야 놀자-라고 문을 두드리지 않는 날이면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었다.


외향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성격이면 먼저 가가서 또래와 잘 어울렸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도 형제가 있다면 혼자는 아니었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매일 동생을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나를 낳은 것도 기적이라고.

7년 만에 딸 하나를 낳고 그 이상은 무리 었던 것을 어린 나는 차마 알지 못하고 매일 소원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어느 순간 혼자에 익숙해져 버린 나.

혼자 자라는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혼자 노는 것을 넘어서 자기 세계에 빠져들기 쉽다. 나에겐 그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아빠가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A4용지를 몇 다발 가져오면 그게 내 행복이었다.

4B연필로 예쁜 공주들을 그리며 놀았던 유년시절.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단체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억지 외향성을 연습했다.

그 와중에 남들에게 미움받기 싫었던 본능이 발동했던 것인지.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고 잘 어울리기 위해 준히 무던히 노력한 결과 아주 다행히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 직장생활도 무난히 적응하는 사람이 되었다.


본래 내성적인 성격에 혼자 지내왔던 습관, 거기에 외향적으로 보이기 위해 억지로 짜냈던 에너지 소모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자발적 아돼버렸다.

오히려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

직장에서 개인 습관에 관여하면 짜증 나고 아무리 친해도 선을 넘는 건 참을 수 없다.

약속이 생기면 좋다가도 모임에 나가면 피곤하고 집에 오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무한테도 연락이 안 오고 관심이 끊기면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최종 탈락한 것 같아 슬프고 우울하다.

나는 정말 조용한 관종인 걸까?

혼자 있는 외로움과 같이 있는 괴로움 중에서

왜 나는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 와중에

혼자 있어서 좋지만 혼자여서 무섭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싫어하는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