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고슴도치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정보도 넘쳐나지만 그 당시에는 '고슴도치 사랑' 이리는 카페글에 의존하며 (아직도 있다) 힘겹게 알아가며 키웠다.
지금은 쓰면 큰일 난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슴도치 샴푸가 따로 없어서 고양이 샴푸로 씻겼고 고양이 사료를 먹여가며 키웠다.
사랑만큼은 듬뿍 주면서 키웠다고 생각하는데, 그 덕인지 첫째인 보노는 나를 정말 잘 따랐다.
부르면 자다가도 일어나고 손을 타고 올라 안기기까지! 개도치가 따로 없었는데, 나는 모든 고슴도치가 다 보노 같은 줄 알았더라지.
첫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10년 넘게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3년 전에 다시금 고슴도치와 살고 싶어 졌다.
보노가 이제는 동생을 들여도 된다고 시그널을 보낸 걸까.
둘째 망고는 태어난 지 한 달째에 데려왔는데, 데려오자마자 감기에 걸리고 몸이 약해서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였다. 보노 때는 특수동물병원도 없어서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는데,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이제는 고슴도치 같은 특수동물병원이 존재한다. (아직도 흔치는 않다)
망고는 아기 때부터 아픈 탓도 있겠지만 타고난 성격이 아주 까칠한 고슴도치다.
본래 고슴도치는 독립적인 동물이며 집사(사람)에게 크게 호의적인 동물이 아닌데, 흔치 않게 사람을 잘 따르는 순한 개도치의 예만 보고 입양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그래서 파양률도 높은.. 웬만하면 연예인들이 쉽게 고슴도치를 키우는 걸 노출하지 않았으면 싶다)
망고는 고슴도치라는 동물의 특성에 맞게 집사인 나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불러도 무시하고 자기 시간을 건드리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예민한 아이다. 그렇다고 공격한다거나 나란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닌 거 같고 단지 저게 내 주인인 건 알겠는데 귀찮을 뿐- 이런 심리인 것 같다.
보노를 키우며 순한 맛 육아를 했던 나로서는 매운맛 육아가 당황스럽긴 했지만..
비혼 주의에 비출산 지향인 내가 느낀 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도 '올바른 육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 보노와 둘째 망고는 엄연히 다른 개체이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 나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들의 성격을 존중하기에 나 또한 똑같이 대하지 않는다.
첫째 보노 때는 부족한 게 많았고 나도 처음인지라 잘 몰라서 못해준 게 많았다. 또 보노는 치대는 걸 좋아하고 안기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더 사랑을 주며 키웠고 보노 스스로도 그걸 받아들였다.
둘째 망고는 나도 어느 정도 익숙하고 물질적으로 많은걸 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 아낌없이 지원한다. 주는 사랑이야 보노 때와 다를 바 없지만 받아들이는 게 다르기에 다른 방식으로 준다.
무조건 안아주고 보듬어 준다기보다는 (너무 싫어한다) 독립적인 생활을 존중해주고 마치 룸메이트처럼 생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