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고 싶어요

잡지 <언유주얼>에 투고한 글

by blue

<가까워지고 싶어요>

글쓴이: 팅팅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한다던가, 모임을 자제한다던가. 실내 생활이 보편화된 요즈음, 사람들은 전염병이 사그러들기를 바라며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적응하느냐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를 테지만, 보통은 실내에서 가능한 취미생활을 발굴하고 계속해나가는 것 같다. 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코로나 시대의 취미로 독서를 다시 하게 되었다. 사실 평범해 보이는 취미지만, 독서와 독서에 관련된 취미를 통해 깨달은 게 있어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대단한건 아니지만 내 인생의 작은 전환점이 될 수 도 있는 깨달음이라, 개인적으로 몹시 기쁘다.

우선 나는 전자책 단말기(이북 리더기)를 구입했다. 이북리더기는 장난감같이 귀여운 디자인이라 너무 행복했다. 보는 것만으로 싱글벙글 웃음이 난달까. 각설하고, 나는 이 귀여운 이북리더기에 이것저것 책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 중에서 각별하게 재밌게 읽은 책들이 두권 있다. 바로 <아무튼, 예능>과 <아무튼, 방콕>이다. 이 <아무튼-> 시리즈는 몇 년전부터 유행했었는데 뒤늦게 접한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글들이 바로 <아무튼->시리즈였다. 나는 작가들의 맛깔 나는 필력에 사로 잡혀 책들을 술술 읽어 내려갔다. 방콕에 대해서나 텔레비전 예능에 대해서나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뭔가에 애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보였다.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져서 유튜브도 그런 주제로 검색을 해보았다. 이름하야 북튜브(북과 유튜브의 합성어). 유튜브 검색창에 “북튜브”를 검색하면 유명한 북튜버 ‘바보북스’님의 채널이 검색된다. 독일에 사시는 번역가이신데, 남편분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며 책을 읽는 일상을 꾸려나가고 계신다. 바보북스님이 하루를 티와 콘후레이크로 시작하며,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햇살을 맞으며 남편과 함께 구운 연어로 저녁을 먹는 하루를 보고 있노라면... 내 기억 속에 없는 상처가 사르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주변을 채워 나가는 살뜰한 마음씀씀이란 얼마나 예쁜지.

이렇게 이북리더기로 <아무튼->시리즈를 읽고, 바보북스님의 북튜브를 시청하며 깔깔 웃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요즘이다. 전염병시대의 취미로 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밖을 나가지 않아도 뭔가 채워지는 느낌은 왜일까. 그건 뭔가 놓치고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직접 대면하는 인간관계는 차단되었지만, 인터넷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과의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트위터로, 유튜브로.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한 몰입이 더욱 강력하게 이뤄지는 동시에, 멀리 있는 친구에게 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재밌게 읽은 책을 추천하며 소통이 더욱 활발해진 것도 같고. 아무래도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기에 인간적인 것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책도 좋아하지만 –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들 자체를 좋아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 상기된 두 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류애?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만약에 상황이 진전되서 코로나가 끝난다면, 책을 매개로 좋은 사람들과 친구하고 싶다. 이 책 보셨어요? 어, 저도 그거 좋아하는데, 하고 능청을 떨면서. 모두가 무사했으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거리를 두면서, 심심함을 극복하면서, 사람들은 나처럼 어쩌면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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