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독서모임)
요즘엔 독서 집중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얇은 책들을 선호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책들은 대부분 얇아서, 후루룩 읽기에 딱이다. 요번 주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도 얇고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찰력은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생각에 깊이가 있고 글을 (분노도 희망도) 단정하게 쓰는 사람이 작가구나, 하고 철저하게 체감하였다. 이렇게 감상문을 쓰다보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세상에 내보이는 책은 정말 많은 수고가 들어간 총 집합이 아닐까. 사유의 수고와 공정의 수고. 이렇게 사유가 잘 정리된 책을 곱씹자 내가 인터넷에 남기는 맥락없는 (부끄러운) 글들이 부끄러워졌다. 앗. 이건 너무 개인적인 일기라 생략하고, 아무튼 여기서 아디치에 작가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다양한 구조로 억압당하는지 아프리카 사회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 설명하면서, 여성과 남성 모두 성평등 인식을 내면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란 여성도 인간으로서 남성과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인간적인 말이었다.
홍지혜 작가의 그림책 <L부인과의 인터뷰>.
너무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스토리 또한 대단했다. 늑대였던 여자가, 인간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주부로 살아가다가... 인터뷰 도중 자신의 사냥꾼 본성을 깨닫고 늑대무리로 돌아간다는, 충격적이고 아름답고 전설같은 이야기. 추상적으로 '페미니즘'을 접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설화같은 '이야기'로 여성의 다양한 기질들을 발견하고 그려내는 작품들이 너무나도 좋다.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이 너무나 신기하다. 어떻게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한 편의 서사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까? 이 이야기에는, 본래 '고독한 늑대'는 남성의 이미지였는데 그걸 전복시키는 힘이 있었다. 원래 '달'은 여성적인 이미지여서- '달밤'에 L부인이 늑대로서의 본성이 깨어난다는 힌트가 강력했다. 번개처럼 번쩍이는 아이디어들이 한편의 수려한 이야기로 발전한 것 같아 감탄 또 감탄.
이렇게 독서일기를 쓰니까, 그냥 읽고 끝낸 책을 한번더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읽어 치우자" 마인드는 아니었을까? 한 권을 읽더라도 남는 것이 있으면 좋은 독서가 아닐까 싶었다. !!
다음 주에는 조금 분량이 있는 책들을 완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