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생활수기공모전에 낸 글인데, 너무 못써서 떨어질것 같다. ㅠㅠ 으휴~!

by blue

최첨단시대(?)를 맞이하여 저는 직업이 많이 변해온 편인 것 같아요. 가까운 미래에는 한 사람의 일생에서 직업이 6번 정도 바뀐다면서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문화재단 쪽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가, 안내데스크 직원을 하기도 했었고... 서비스직 노동자가 제 성정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바리스타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제 이력서를 글로 풀어 놓으면 아주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업이란 뭘까요.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그야 말로 밥벌이를 위해 일했던 적도 많았고, 어느 때는 배가 좀 불렀는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일을 해오기도 했었어요. 이렇게 유쾌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지금 백수이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일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꽤꼬닥 죽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백수가 되어 기억을 반추하는 지금은 제 모든 지나온 업들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느껴져요. 생계가 급할 때는 마트에서 포도를 판적이 있어요. 칠레산 블랙 포도였는데, 생글생글 웃으며 포도를 팔다가 포도가 너무 안 팔리면 시무룩하더라구요. 아무튼 인간구실을 하기 위해서 저는 일들을 해왔어요. 먹고 살기 위해서요. 최소한 노력은 했으니, 나중에 지옥에 갈지 천국에 갈지 천사들의 법정에 설 때 저는 할 말을 조금 쟁여 둔 편이에요. 일요일만 되면 나태지옥에 가진 않을지 걱정이 되지만요.

제가 일을 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특히나 서비스직 노동자로 일할때요) 글쓰기가 있어서 였어요. 지난 한 해는 정말 웃음과 눈물의 한 해였어요. 바리스타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즐거움도 있었지만 가끔 일이 너무 힘들고 괄시를 받거나 할 때 심정적으로도 무너진 적이 간혹 있었어요. 가끔은 일을 일 자체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나는 불나방 같은 인생이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거라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자꾸 사부작사부작 글을 쓰고 싶은 거 있죠. 제 조그만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쓰면 저는 제 글을 읽고는 너무 좋아했어요. 저는 저의 최초의 독자이자 최고의 독자였어요. 저의 고단한 하루가 이렇게 재밌는 글로 변신하다니! 저의 하루가, 저의 인생이 조금이나마 특별해진 기분이었어요. 또 글을 쓰면 제가 좀 멋진 인간이 된 것 같았어요. 웨이트리스 일을 할 때에도, 레스토랑 동료들에게 제가 글을 쓴다고 말하고 다니면 어깨가 으쓱했어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글쓰기는 제게 힘이 돼주었어요.

제가 일하면서 겪었던 역경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좀 풀어볼게요. 아마도 청포도 판매원으로 일할 때 하루를 꼬박 목이 터져라 외치고 너무 지친 상태로 비를 맞으며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까페 바리스타로 일할 때, 하루 종일 커피를 내리고 쓸고 닦고 하다가 문득 옛애인과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기억에 화장실에 가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고요. 손님들이 내게 카드를 던질 때도 정말 속상했었어요. 나도 귀한 집 딸인데... 왜 사람들은 본인을 높이기 위해 타인을 낮추는 방법을 택하는 걸까요? 정말 재수없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니까, 어느 때는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게 다 싫더라구요. 나는 차가운 물에 맨손으로 행주를 막 빨고 있는데, 고상한 손님들이 에르메스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프라다 백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게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게 다 힘들면 일 못하죠. 일을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 몸소 깨우친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밝은 마음을 가지려고, 인생은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고 믿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저는 만들어냈어요.

무슨 말이냐 면은, 제게 선물을 했어요. 작은 월급이었지만... 핑크색 새틴 드레스를 사고, 반짝거리는 비즈들이 달린 원피스를 샀어요. 그렇게 빛나는 옷들을 입고 춤을 추러 서울에 나갔답니다. 이게 제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그 드레스들을 샀던 건 충동적인 행동이었어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핸드폰으로 자라 홈페이지를 들어갔어요. 그러다 내꺼다, 싶은 드레스를 발견한거죠. 제 분홍색 드레스가 택배로 도착했을 때 저는 탄성을 질렀답니다. 포장지에 이렇게 적혀 있던 걸 아직도 기억해요. “New stories inside” 간단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한 마디. 새로운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는 뜻이었고, 저는 그렇게 비일상적인 옷들이 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에 반했어요. 저는 그 핑크 드레스를 입고 서울에 있는 호텔의 라운지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셨어요. 늘 대접을 하는 일을 하다가,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것을 친구와 함께 홀짝거리니 좋았죠. 물론 제가 서비스직 노동자였기 때문에, 바텐더 분들의 노고를 이해했고 예의를 갖췄어요. 그리고 반짝이는 비즈 원피스를 입고는 어딜 갔게요. 바로 서울에서 제일가는 DJ SOULSCAPE의 댄스파티에 갔답니다. 그 때 참 행복하더라구요. 저 자신이 예뻐 보이고 섹시해보이고 가벼워 보이고... 내가 아름다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에 나를 딱 놔두고 막 춤을 추니까 막 기분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렇게 가끔 행복할 수 있도록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런 행복들을 일기장에 꼼꼼하게 적었어요. 친구와의 산책, 핑크 새틴 드레스를 샀던 이야기,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하루하루들, 바리스타 일을 하고 퇴근하던 길에 피자 한 박스를 샀던 것, 생일 파티, 어둑한 밤 동생과 같은 배게를 베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 일기 쓰기는 제 오래된 취미인데, 몇 년에 걸쳐 써온 일기들을 다듬고 원고를 더 추가해서 한 개의 수필 작품을 만들었어요. 지난 해에는 그 완성된 수필을 모 공모전에 투고 하였어요. 결과요? 떨어졌어요. 너무 아마추어 같았나봐요. 하기사 글쓰기는 재능이라기보다 훈련이라던데, 저는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들은 적도 없고 혼자 독학을 했으니 개발새발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뿌듯했어요. 내가 뭐라도 했다는 거에 흐뭇했어요.

제 글쓰기 방법이나 목표는, “잘 쓴다”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느낌이 있다” 류의 칭찬을 듣는 거예요. 저만의 느낌이 있다면 성공한 거라 생각해요. 기억되기가 어려운 시대잖아요. 정보와 글들은 너무 많고,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내기도 쉬운 세상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막연하게 솔직한 게 제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방법론이 필요한 것도 같아요. 제가 말하면서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방금 떠오른 생각이긴 하지만. 아 맞다 스타일! 맞아요 스타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느낌 이라는 건, 어떤 이미지를 통해 오는 거니까. 그 한 장면을 묘사하는 저만의 필치-스타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번뜩! 하고 깨달았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저는 우선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의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들의 목록은 이러합니다. 정세랑, 박상영, 장류진, 김초엽. 근데 너무 유행하는 작가들이라 누구라도 좋아할 법 해서 괜히 쑥스럽네요. 저는 수필을 쓰는 사람이니까 소설 작가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이 소설가들의 발상과 표현에서 참 많이 들뜨고 신나고 그랬었어요. 글솜씨에는 영 재간이 없는 터라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저인데, 제가 좋아하는 글들을 읽고 있으면 시기심이 아니라 그냥 해맑게 좋은 거 그거 뭔지 아시나요? 제가 좋아할 법한 글들은 다 저를 배시시 웃게 해요. 어떤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 절망에 대처하는 방법, 타인을 대하는 유머감각과 예의... 그 모든 게 글 속에 잘 드러나 있어서, 저는 정말 너무너무 좋았답니다. 인류애를 충전하는 저만의 레시피랄까요.

왜 하필 수필이냐, 하면은 우선은 제게는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낼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치만 그것보다도 저는 제가 일기 쓰는 걸 좋아해요. 문장이 쓰여 지는 그 재미있는 순간이 좋은 것 같아요.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순간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순발력과 재치는 있는 편인 것 같다고 막 혼자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순간 심심하고 지루한 제 일상에, 반짝거리는 순간이 초록색 새싹처럼 돋아나는 걸 느낄 수 있어 기뻐요. 그게 제가 수필 쓰기를 좋아하는 이유에요. 글쓰기는 제가 인생을 조금 더 다르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 같아요. 원체 이야기가 없는 인간인 저는, 인생을 흘러가는대로 그냥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가끔 일상에 반짝이는 이벤트들을 곁들여요. 그래서, 저도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무거운 파스타 그릇들을 나르다가,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의 서울로 나가버리는 거에요. 예쁜 옷을 입고 립스틱을 바르고 반짝이는 아이섀도를 하고 가슴이 뛰는 비트의 음악에 나를 맡기고 몸을 흔들고 춤을 춰요. 나만의 이야기를 갖고 싶은 마음, 다른 내 모습을 찾고 싶은 기분, 뭐 그런 것들이 막 막 다 이유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아기엄마가 되어서도 글을 쓸 것 같아요. 그 때는 그 때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겠죠?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네요. 일하면서 힘들었을 때 글쓰기가 도움이 되었다 정도로 쓰려고 했는데 어쩐지 글쓰기 찬양론자가 되어 부끄럽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고, 독자님께서 오늘 하루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한 번 노트에 써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오래오래 글쓰면서 행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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