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한 4살 아이의 믿음
“우리 콩이 바나나 잘 먹어서 바나나 같이 예쁜 응가 하겠네?”
내가 우리 집 2호에게 과일이나 물을 먹일 때 꼬시는 방법이다.
태어나면 서부터 아플 때를 제외하곤 건강한 변을 보는 1호와는 달리 2호는 폐렴 때문에 항생제를 먹었던 기간이 길어서일까? 한 번 크게 아프고 나서는 엉덩이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똥을 싼다. 유독 딸기 우유를 많이 마신 날이 섞여 있으면 핑크빛이 비치는 응가를 싸기도 한다.
말에게 물을 먹이려 수돗가에 데려갈 수 있지만 억지로 먹일 수는 없듯이 우리 아이도 목이 마르다고 느끼지 않으면 물을 잘 마시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응가를 핑계로 과일도 더 먹게 하고, 물도 자주 마시게 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아이는 어느새 제법 섬유질과 수분을 잘 섭취하기 시작했다.
노력이 더해져 수분이 점점 충분해진다 싶으면 부드러운 자갈 모양이고, 조금 덜한 날은 여지없이 단단한 돌이었다.
올해로 다섯 살을 3개월 남겨둔 어느 날 아이는 프리스쿨에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응가가 마렵다는 신호와 함께 바지를 벗고 변기에 앉은 귀염둥이.
이제부터 힘을 뽝 주나? 싶었는데 갑자기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바나나 가져와 줘. 바나나 먹으면서 응가할 거야.”
나는 순간 ‘애가 배가 많이 고픈가?’ 했다. 그래서 배 많이 고프면 화장실에서 나가자마자 준다며 아이를 달랬지만 아이는 내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바나나 먹으면서 바나나 같은 응가할 거야. 바나나 먹을래. 바나나 먹으면(끄응) 응가 부드러워.”
지금 바나나를 먹는다고 딱딱한 녀석이 갑자기 부드러운 녀석으로 둔갑하는 것도 아닐 텐데. 하지만 딱히 안된다고 할 만한 이유가 내게는 없었다. 나 어렸을 적에는 화장실에서 뭘 먹는다는 건 생각도 안 해 봤었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뭐 어때서? 먹을 수도 있지. 하는 반항심이 꿈틀거리긴 했었다.
그리고 딱히 내가 ‘안돼’라고 할 만한 위험 요소가 없었다.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먹는다는 것도 아니고 깨끗한 그릇에 담아 스푼으로 찍어먹는 것이었으니까.
아이는 알고 있다. 위험한 것이 아니면 엄마의 대답은 거의 ‘오케이’라는 걸.
나는 2호에게 ‘진짜 먹고 싶어?’라고 물어본 후 ‘응’이라는 아이의 대답에 바로 부엌으로 가서 바나나를 잘라왔다.
바나나를 냠냠 맛있게도 먹어서일까? 아이는 끙차 끙차 힘도 잘 주더니 정말 바나나 같은 모양의 응가가 나오는 게 아닌가! 나는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서 아이를 다시 쳐다봤다. 아이의 표정은 마치 ‘봤지? 내가 그랬잖아. 바나나 먹으면 바나나 같은 응가 한다고.’
순간 너무 신기하고 기특해서 웃음이 터져 나놨다. 깔깔대고 기뻐하는 엄마를 보는 2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 배어 나왔다. 마치 ‘엄마 봤지? 봤지?’ 하는 표정이라니.
그래. 너의 편안한 응가 타임을 위해서 라면 화장실에서 바나나 맛있게 먹는 게 뭐 대수겠어.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다줄게.
그러니 몸과 마음만 건강히 또 건강히 자라주렴.
바나나를 입에 오물거리며 다시 한번 더 힘을 주는 아이를 바라본다.
매일매일이 더없이 오늘만 같아라.
때때로 오늘 같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순간을 기억하려 적어본다.
근데 콩아! 바나나 다 먹고 물까지 가져다 달라는 건 반칙 아니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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