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호주 초딩들의 광합성 이야기
올해로 2학년이 된 우리 집 1호는 하룻밤 자고 나면 훅~ 커있고 살도 포동포동 찌고 있다.
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 이라더니 우리 집은 온 가족이 살찌는 계절인 것 같다.
킨디 때부터 지금 2학년까지 나도 아이도 학교에서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도시락을 하루에 3개나 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 맞춰 등교하는 것도 내게는 퍽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던 것 같다. 학교에서 집이 제일 가까운 친구가 매번 지각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은 우리는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지만 3년 가까이 지각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아이도 말을 잘? 들어주었지만 남편과 나의 노고도 상당하다는 것은 부모 동지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아이를 낳고 첫째와 경험하는 것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것도, 학교에 입학해서 나에게 학부모라는 또 하나의 역할을 선물한 것도.
떨리는 마음으로 내 아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고 다닐 때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해를 보고 자란다는 것. 내가 살고 있는 NSW주는 모든 교육기관에서 지켜야 하는 룰 중에 하나가 바로 아이들이 햇볕을 쬐는 시간이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무조건 하루에 30분 이상은 햇볕이 드는 곳에서 놀아야 한다. 즉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자와 썬크림은 필수 항목이어서 모자가 없이는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한다.
초등학교인 프라이머리 스쿨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더욱더 해를 많이 보며 살았다. 모든 학교가 다 같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간혹 딜리버리를 하면서 다른 학교 근처를 지나갈 때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비슷한 풍경을 목격하니 그러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먼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아침 8:30~9:00까지 학교 등교 시간이다. 수업 시작 종은 9시에 울리고 8:55분부터 학교에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를 들으며 삼삼오오 정해진 위치로 모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학년마다 다르다. 킨디는 area A, 1학년은 area B, 2학년은 area C처럼 학교에서 저마다 정해진 곳이 있다.
아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킨디들은 선생님들이 기다리며 아이들이 도착하는 속속 두 명씩 짝지어서 자리에 앉힌다. 1년 동안 적응한 1학년 아이들은 자기들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줄지어 앉는 폼새가 제법 쪼매난 형님들 같다.
새싹 같은 아이들은 해가 드는 곳에 모여서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교실로 함께 이동한다. 교실에 도착하면 그제야 선생님은 출석을 부르며 아이들을 확인한다.
지난주는 내내 비가 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모임 장소에서 만나지 않고 교실로 바로 들어간다. 하루는 비가 그쳐서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닥이 젖어 있으면 교실로 바로 간다고 했다.
내가 학교에 다닐 적에는 50분 수업을 하고 10분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 학교는 달랐다.
9시부터 40분 정도 수업을 한 후 대략 20분 정도의 아침 간식 시간을 갖는다. 프리스쿨 때는 이 시간을 ‘모닝티 타임’이라고 불렀는데 1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크런치 앤 씹’이라고 부른다. 차를 호로록, 간식을 와그작 먹는 시간이랄까?
간식 시간이 끝나면 대략 11시 전후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고는 다시 리세스(Recess)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는 10분 동안 간식을 먹고 30분간 아이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한마디로 노는 시간이다.
리세스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고 나면 대략 2시간 가까이 수업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찾아오는 것이 대략 1시 반 전후로 시작되는 런치 타임이다. 이때도 아이들은 10분간 점심을 먹고 10분이 지나고 나면 30분 동안 자유롭게 놀 수 있다.
2시를 전후로 다시 수업이 시작되면 오후 3시에 하교벨이 울린다.
6시간을 보내는 학교 생활 중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먹고 노는 시간은 1시간 40분이다. 새싹 같은 아이들은 이 1시간 40분 동안에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 밖에서 먹고 뛰어논다. 킨디 학생들은 10분 동안 교실에 앉아서 먹게 하지만 1학년에 되고 나면 도시락을 들고 무조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은 각자 도시락을 챙겨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어디든 철퍼덕 모여 앉아 와글와글 신나게 떠들면서 노는데 이 모습은 마치 광합성을 하는 새싹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유독 직장에서도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들고 삼삼오오 회사 밖에 나가서 어디든 엉덩이 대고 편하게 앉아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을 많이 보았다.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어떨 때는 아이들이 먹던 도시락을 내팽개쳐 놓고 뛰어노는 중에 그 도시락을 지나가던 짹짹이들이 야금야금 콕콕 몰래 먹는 모습도 많이 목격한다. 몇 번 도시락을 동물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양보를 했던 아이들은 도시락 뚜껑을 야무지게도 잘 닫아 놓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문득 아이들이 살고 있을 순간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해바라기 같은 내 새끼들이 따사로운 햇볕을 잘 받아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따스한 햇살을 받는 것 마냥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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