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피 도넛 쉐프가 되다
먹는 음식을 참 많이 가리는 우리 집 2호가 유일하게 먹는 달달한 간식이 있다.
딸기우유와 크리스피 도넛 그리고 망고 젤리에 담긴 복숭아. 정말 딱 이 3개만 먹는다.
그 외에는 사탕, 초콜릿, 젤리 등 전혀 찾질 않는다.
정기적으로 찾는 간식은 이것이 전부다. 딸기우유와 젤리 복숭아는 늘 미리 사다 놓을 수 있지만 이 크리스피 도넛은 참 애매하다. 물론 사람들이 사 오자 마자 냉동실에 얼리고 녹여 먹으면 여전히 맛있다고들 하지만 어디 갓 사 온 도넛만 하랴.
나도 시도해봤는데 2호는 한 입 딱 먹더니 안 먹는다.
녀석 참..... 내 아들이다. 먹는데 진심.
이런 녀석이기에 도넛을 먹고 싶다는 날이면 가능한 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제도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크리스피 매장을 지나치려다가 무심코 2호에게 물었다.
도넛 먹을래? 대번에 돌아온 대답은 응!!!
요즘 아이는 내가 어딜 가도 함께 가려 한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지만 호기심도 많아서 나는 가능하면 데리고 다니며 인사를 시킨다. 이 또한 아이에게는 경험이 될 테니까.
나와 함께 내려서 도넛을 사러 들어갔다.
점원이 나를 보고 아이를 보았다. 그러더니 밝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안녕? 내 이름은 마리야. 네 이름은 뭐야?"
2호는 수줍게 안녕~ 인사하더니 자기 이름을 작게 얘기했다. 마리는 2호에게 이름을 불러주며 다정하게 인사하더니 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 줄게. 하더니 종이로 만들어진 크리스피 도넛 쉐프 모자를 꺼내 주었다. 그리고 혹시 형제나 자매 있니? 묻더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니까 이름이 뭔데? 하고 되물었다. 2호는 또 수줍게 1호의 이름을 말했다.
마리는 모자 하나를 더 건네주며 **에게 전해줘~ 라고 했다.
2호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모자 2개를 받아 들고 도넛 한 더즌을 들고 있는 엄마 옆에서 의기양양하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물론 마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 부끄럼쟁이였다.
차에 타자마자 형아와 나란히 쓰더니 사진도 찍고 나는 집에 와서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러더니 오늘 저녁에 자기가 도넛을 만들어야 한다며 플레이 도우와 도넛 메이커를 꺼내 오더니 쉐프 모자를 챙겨 썼다. 아이는 순식간에 도넛 쉐프가 되어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도넛을 만들었다. 나름 모양도 예쁘게 구워낸 도우 도넛을 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도넛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하기도 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모든 직원이 이렇게 친밀하게 서비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웃으면서 더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모습을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설 때마다 많이 마주한다.
이렇게 친절하고 따스한 어른들을 만날 때면 아이가 보는 세상은 조금씩 더 밝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매일 다짐한다. 다정한 어른이 되자고. 어제보다 조금만이라도 더 다정한 내가 되어 보자고.
내 작은 행동이 세상에서 뭔가 의미 있을 만한 큰 것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믿는다.
어쩌다가 내 작은 다정함이 누군가에게 스며들어 뜻하지 않은 때에 필요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나는 바라고 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오늘 내 아이가 한 직원의 친절에 진짜 도넛 쉐프가 되었던 것처럼.
고마워요. 마리~ 당신은 어제 한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셨답니다.
저도 열심히 나눠볼게요^^
06.10.2025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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