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살아도 김치를 좋아하게 될지니~

8살이 버무린 깍두기

by YJ Anne

8살이 되도록 김치는 쳐다도 안 보던 녀석이 요즘 김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가 만든 김치는 늘 매워서 아이들에게 먹여볼 시도를 하지 않았다.

바빠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도무지 요리를 할 시간이 없어 반찬을 사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1호

가 사 온 겉절이에 관심을 보였다.

"엄마, 이거 먹어봐도 돼?"

1호는 이미 스리라차 소스를 즐기며 먹고 있었고, 진라면 순한 맛 정도는 거뜬히 해결하고 있는 수준이었기에 맵지 않은 김치를 시도하기엔 이미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의 맵기인지 정보를 주고 아이는 작은 조각을 하나 입에 넣고 아삭아삭 대며 입을 오물거렸다. 그리고 동그래진 눈동자로 엄지를 들어 올렸다.

"맛있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오예~ 이제 김치 시작인 건가?

그렇게 겉절이부터 고춧가루 물이 들어간 물김치까지 섭렵한 녀석은 오늘 깍두기를 무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달음에 달려왔다.

"엄마 이거 뭐야?" 아이의 질문에 나는 깍두기라는 이름과 함께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레시피를 읊어주었다. 내 설명은 들은 1호는 한 번 먹어봐도 돼?라고 물을 줄 알았는데 나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지금 손으로 하는 거, 내가 해봐도 돼?"

버무려 보겠다는 말이다. 와이 낫? 해보고 싶다면 당연히 해봐야지. 단, 고춧가루가 눈에 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무치라는 말과 함께 비닐장갑을 손에 쥐어 주었다.

내가 버무리고 있는 모습을 봐서인지 아이는 제법 야무진 손매무새로 버무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하나 먹어보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옳다쿠나~!!!! 지금이로다!!

나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부분으로다 아이의 입에 쏙 넣어 주었다. 물론 이제 막 버무린 깍두기가 맛있을 리 만무하지만 푹 익은 것보다는 겉절이처럼 생으로 먹는 것이 더 프레쉬할 거라 생각했다.

비닐장갑을 뚫고 자기의 손맛이 들어가서일까? 아이는 맛있다며 연신 두 개를 더 먹었다.

오늘 저녁은 미트볼을 해달라고 하면서 깍두기도 먹고 싶다고~

김치를 먹이고 싶었던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1호에게서 요즘 제대로 진상 부리고 있는 2호 때문에 스트레스에 쩌든 마음을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저 깍두기를 버무리고 있는 작은 손을 바라보는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내 잊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11.12.2025 Thur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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