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 동안 우리는 무얼 했나

전우와 사건의 실체를 넘고 넘어

by YJ Anne

믿기지 않는다. 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

남편이 결혼식을 위해 삭발 같던 머리를 기르고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미용실에 가서 박박 밀었던 그날이 아득히 멀게 느껴지지 않는데 15년이나 지났다고 시간이 말한다.

그와 나는 그동안 무얼 했지?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니 참 많은 걸 하긴 했다.

신혼모드 도입하자마자 남편은 백수가 되어보기도 하고,

에잇! 백수가 될 바에는 해외 취업이나 도전해 보자 하며 학생비자 6개월 받아 낯선 나라에 무작정 쳐들어 가기도 하고,

영어 점수가 없으니 너의 거주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나라에서 엉엉 울어보기도 하고,

영주권 나오기가 무섭게 아이가 찾아오기도 하고,

꼭 세 살 터울이 났으면 좋겠는데 하니 딱 그 시점에 둘째가 찾아오기도 하고,

월급 받고 일하다가 일 년 365일 일해야 하는 사장이 되기도 하고,

이제는 둘째마저 킨디에 입학하니 진정한 학부모가 될 예정이기도 하다.


기억나는 큰 사건들만 나열해 보니 나름 재미있게 살아온 느낌이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남편과 나는 진정한 전우가 되었으니까.

나는 때로 쩨쩨하고 굉장히 계산적인 사람이라 정이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나를 키워준 우리 엄마가 얘기했으니, 과장이었다고 뻥을 튀길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는 내가 유일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며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어른 사람은 이제 남편이 유일하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내 목숨을 빚지거나 그의 목숨을 책임지려 내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와 나는 비록 피를 내어 혈서를 쓰지는 않았지만 혈서를 쓰듯 나눠진 피를 온몸에 품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우리 인생선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전혀 알 수가 없지만, 그와 함께라면 껄껄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 거라 나는 믿고 또 바란다.

나의 전우여~

사랑하고 또 앞으로도 내 등 뒤를 잘 부탁합니다.

나 또한 그대의 등 뒤를 넉넉히 지켜주겠노라고 감히 약속합니다.


결혼 15주년을 기억하며...

30.10.2025 Thur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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