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돌 아니고 뉴로펜의 절친이란다.
우리의 아침은 다시 찾아온 고열과 구토를 맞이하며 시작됐다. 전혀 반갑지 않은 재회였다.
아이가 입원하던 날 새벽,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었는데… 불안했다. 혹시 호스로 연결된 부분이 감염된 걸까? 아이는 괜찮은 걸까?
그리고 또 하나의 난관. 약 먹이기였다. 아이의 열이 40도를 육박하고 해열제를 한 종류로 먹이기엔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두 종류를 번갈아가며 먹여야 했다. 이부프로펜 종류인 뉴로펜은 그나마 어른인 내가 먹어도 맛이 없지는 않아서 아이가 과일 주스에 타주면 잘 먹는데, 파라세타몰 계열은 도무지 쓴 맛이 없어지지 않아서 먹일 때마다 다시 토해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는 ‘파라’ ‘파나’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미 표정부터 질색했다. 절대 먹기 싫다는 대답을 온몸으로 내뱉는 아이. 도무지 먹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적정 양이 초과되더라도 그냥 뉴로펜을 먹이면 안 되겠느냐고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내가 먹일 수 없다면 자신들이 먹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한 사람이 아이의 온몸을 잡고 다른 간호사가 먹이면 된다고 했다.
물론 하다 하다 안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내 아이에게 약에 대한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해보겠노라고, 시간이 걸려도 조금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아… 어떡하지. 어떻게 먹이지? 막막한 마음으로 주사기에 들어있는 물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아이가 듣는지 마는지는 상관 않고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이 약은 절대 파나돌이 아니란다.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파나돌이 아니고 뉴로펜 친구야. 맛도 전혀 다를걸? 생각보다 맛없지 않을 거야. 아니, 사과 주스에 타니까 맛있는 것 같은데? 이 약을 먹어야 열도 내리고 안 아프대. 열이 안 내리면 몸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면 더 많이 아파져서 집에 가는 날이 점점 멀어질 거야. 우리 뉴로펜 친구도 잘 먹고 얼른 낫고 집에 가자.
꼬드기고 꼬드겼다. 최대한 다정하게, 최대한 부드럽게 아이에게 주절댔다.
그리고 사과 주스에 섞여 컵에 담긴 약을 한 스푼 내밀었다.
성공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아이는 여전히 온몸으로 거부했고, 그러면 나는 똑같은 친절한 협박 멘트를 읊어댔다. 그렇게 20분 남짓 흘렀나 보다.
아이는 결국 반항하길 포기했다. 물론 ‘파나돌’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또 토하고 난리 난리를 피웠겠지만 신기하게도 집에 있는 약과 향이 달라서인지 깔끔히 속아 넘어가서 꿀꺽꿀꺽 잘 받아먹었다.
다 먹고 난 뒤의 의기양양한 표정이라니~ 그래. 잘했어. 오구오구 내 새끼.
'친구'가 먹혔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교대를 할 때마다 부탁을 했고, 심지어 간호사들도 서로 전달해 주었는지 나에게 윙크하며 친구로 가져왔다고 아이에게 먼저 얘기해주기도 했다.
나중에 어떤 간호사는 반대로 알아듣고 나에게 파나돌 친구 데려왔다고 이야기하다 본인이 깨닫고 눈이 동그래졌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 같이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었다.
이렇게 우리는 병원에 있는 동안 고마운 분들의 수고로움을 매 순간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담당 의사의 회진이 있을 때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열이 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고, 폐에 차 있던 물도 상당히 많이 빠져나와서 잘 치료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그 후부터 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고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도,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는 것도 더 수월했다. 비록 해열제를 먹어야만 열이 치솟지 않고, 진통제를 맞아야만 버틸 수 있으며, 중이염으로 귀에서 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더라도 고단위 항생제를 맞고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건강해 지리라는 믿음 덕분에 내 시간은 고되나 고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아픈 2호가 우선이었고, 집에서 아빠와 함께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1호가 걱정되었다.
어느덧 2호가 병원에 입원한 지 4일째가 되었다. 1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4일이 다 되어가도록 만나지도 못하고 떨어져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물고 빠는 내 아이였는데 만나지 못하니 못 견디게 보고 싶었다.
그래서 4일째 되던 목요일 아침, 남편에게 부탁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하교하면 병원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봐 달라고. 그리고 제발 내 품에 데려와 달라고… 알았다는 남편의 대답과 함께 나는 이날 하루종일 오매불망 1호의 하교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6살 꼬맹이 형아 1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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