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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Dec 26. 2023

눈이 말을 건다. 눈멍이다


드디어 눈멍을 누린다. 오늘은 성공이다. 더구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이 담긴 눈이다. 겨울의 눈 중에 가장 가치 있는 눈이지 않은가. 메달로 치면 금메달급이니 눈멍에 제격이다. 그렇다면 눈을 처음 보는 눈을 장착해본다.



고운 눈송이가 꿈꾸듯 흩날리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있으니  어지럽다. 현기증이 날듯하니 각도가 중요하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게 내려오는걸까.   솜털처럼 보드라워 보이는데 따뜻한 온기가 닿으면 녹아버리지만  합을 이루는 적정온도에는 살포시 내려앉는다.  온기있는 사물과는 상대 안하겠다는 모양새가 새침떼기 같다.  차가운 성정을 가졌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포근한 자태를 뽐낼뿐이다.



초등 학교때 겨울방학 탐구생활 겉표지에 눈사진을 기억한다. 그때 본 눈의 결정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때문이다. 자세한 내용까지야 기억이 안난다해도 눈의 육각형 결정 모양을 처음 알게된 날이라 그 책 표지를 잊지 않고 있다. 눈이 내리면 뭉쳐서 던지거나 연탄재를 이용해 둥글려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전부였는데 육각형 모양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날 이후로 눈을 보면 꿈을 꾸게 됐다. 노래 가사처럼  눈을 만드는 눈나라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늘 나라 선녀님들이 눈송이를 정말 뿌려주는 게 틀림없다고.


ㅡ 야!  눈이 얼마나 더러운데 그걸 먹어 !

ㅡ 하얀색인데 뭐가 더럽냐

ㅡ눈이 만들어 지려연  먼지 같은게 있어야 되는 거야.


우린 알지도 못했던 눈에 관한 깨알지식을 뽐내던 친구가 있었다. 수증기가 빙정이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그을음이나 먼지,  화산재 같은  빙정핵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순백의 눈이라 칭하지만 사실은 비밀이 숨어있다는 걸.



눈이 말을 건다.  마음의 필터에 남겨지는 감정의 찌꺼기들도 빙정핵이 되어 너를 승화시켜 줄거라고. 순백의 눈으로 빛나는 인생도 마응의 재와 먼지같은 티를 품고 있다는 걸. 보이는게 다가 아니란걸 알아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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