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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Jul 20. 2023

가매종이를 아시나요?

잃어버린 가방주인

옥상 점검하러 가신 과장님이 백팩을 들고 오십니다. "누가 정신머리' 없이 가방을 놓고 갔네"

묵직한 백팩 안. 노트북과 통신장비 점검을 위한 공구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신분증은 없지만 특정 통신사 로고가 새겨진 가방이네요.


마스터키 반출대장에서 방문 이력을 찾아 해당 통신사 기사님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수화기 너머로 십년지기 친구를 만난 듯 붙임성있게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아파트에 놔두었군요.  어디에 있었나요?
제가 몇 번씩 재방문 했을 땐 없었는데 ... 감사합니다.
<가방을 놓고 간 기사님>


한걸음에 달려온 기사님. 얼굴을 보니 기억이 납니다. 담당 구역이 바뀐 첫날이라고 인사를 나눴던 분이네요. 마스터키를 반납하고 신분증을 찾아가실 때 땀을 유독 많이 흘리셨지요.


감사 인사를 거듭 전하며 기기 상태부터 점검하십니다. 비가 와서 기계가 고장 났을 수도 있다고 전원을 켜서 작동해보더니 회심의 미소를 보냅니다.


가방 분실로 시말서도 썼다고 그동안의 속상함을 토로하시네요. 성격이 좋으신 분입니다. 열흘이 지나서 못 찾을거라 생각했데요. 문제의 그날도 10곳 이상을 방문했다는데 잃어버린 걸 몰랐냐고 하니. 그날은 계측기 정도만으로 점검이 가능한 상황이었데요. 가방 분실을 알았을 때는 오후 6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네요.



그날 방문한 아파트를 다 돌아다녔는데 찾을 수 없었답니다. 순간을 멈추고 싶은 그날의 일정이 야속했지만 기기값도 변상했다는군요. 이제 다시 찾았으니 받을 수 있다고 안도의 한숨.


군인이 총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건데, 앞으론 조심해야겠다고 옆에서 한마디씩 하십니다. 머쓱해하는 기사 모습이 남의일 같지 않습니다. 저 역시 자꾸 깜빡하게되는 일들이 많아지니까요


" 제가 가매종이 거든요"

'가매종이... 신조어인가?'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왠지 끌립니다. 오늘의 배경 상황이 없었다면 절대 유추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였죠


가매종이: 깜빡쟁이.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
한국 방언사전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둔 핸드폰을 찾는 모습에 어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나이드는지 건망증이 너무 심해졌다고 칠칠맞게 자꾸 잃어버린다고 얘기하면 엄마는 깜빡쟁이여서 그렇다는 아이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신머리,건망증, 깜빡쟁이, 칠칠맞다. 등등 무언가를 잘 잊거나 잃어버릴 때 사용하는 어휘 친구들이죠.

새로운 어휘를 만나니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반가워 지네요. 앞으로 오늘 만난 '가매종이'를 새롭게 차용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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