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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09. 2023

공공의 적

천냥의 행운이 함께하길


A : 버스 전세 내셨어요?

B : 통화하다 보면 큰소리 날 수도 있지. 유별스럽게 그 야단이야

A: 전화 끊고도 계속 욕하고 그러셨잖아요

B: 내가 오죽하면 그랬겠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지, 혼자 빡빡하게 굴어. 요새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A: 이 할머니가 진짜 나이를 거꾸로 잡쉈나


조용하던 버스 안이 소란스럽습니다. 버스의 공기를 갑갑하게 만드는 두 여인 때문이지요.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전화 통화가 발단. 배차시간이 길어서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던 버스에 할머니의 전화 내용은 방송하듯 울려 퍼졌습니다,  그 누구도 제재를 가할 수 없었지요.


돈을 갚지 않은 지인에게 '약속을 안 지키는 이유가 무언지 물었는데 얘기 없이 끊어 버리니 전화기를 내려놓고 시작된 욕지거리. 혼잣말이라 하기엔 소리가 컸습니다. 욕쟁이 할머니의 거침없는 욕설이 이어지니 바로 앞좌석에 앉아있던 여성분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다 한 마디를 하시게 된 겁니나.


찰진 욕설을 들어보면 보통내기가 아니라 판단이 들었을텐데. 할머니의 욕설에 못 견딤의 한 표를 던지신 여성분 또한 걸크러쉬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두 분의 실랑이는 정체구간이 이어지자 정점에 이르렀지요. 건너편 옆좌석에 앉은 남자분이 두 분의 싸움을 말리십니다. 한발씩 양보하시라고 둘 중에 한 분이 내리셔야 끝날듯하니 기사님 생각해서라도 그만들 좀 하시라 합니다


"젊은 년이 참아야지. 독한 년.

어디 어른한테 눈 똑바로 뜨고 대들어!"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하루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퇴근길 버스 안 . 모두의 얼굴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두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되었지요.


욕은 남을 업신 여기는 마음이 반영된 거랍니다. 정감 어린 욕도 가끔 있지만 말투에서 전해지는 욕을 구분해 내야 합니다. 말투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느낌은 확연히 다르니까요


공공장소에서 순화되지 않은 말을 듣는것은 불편합니다. 정차시간이 정해진 버스라는 공간의 한계가 있으니까요.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주시길 간절히 소망하게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지요. 공공장소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분들께

천 냥의 행운이 함께 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stayandroa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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