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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15. 2023

'변경'의  이면을 마주하다

광주대단지사건

매주 토요일 '문학으로 읽고 걷다'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문학작품 속에 나오는 성남의 모습을 살펴보는 시간이다.  책을 읽지 못했지만 최명숙 교수님의 소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오늘의 테마는 광주 대단지 사건. 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인 <변경>중 3권 '떠도는 자들의 노래'는 광주대단지였던 지금의 성남이 공간적 배경이다 .


1970년대초  3차 산업혁명의 붐이 일어  농촌을 떠나 서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고향의 논밭을  팔아 터전을 옮긴다. 생계를 위해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는 수많은 이주민.  과밀화되는 서울은 심각한 몸살을 앓다  인구 분산을 위해 급기야 철거민 이주정책을 진행한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명목이다.


철로변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며 토지 분양증을 발행했다. 지번이 없는 '무딱지'는 운 좋으면 대로변이나 목 좋은 곳에 걸려 분양가의 몇 십 배가 되기도 한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집 없는 시민들에게 땅을 불하해 주고 집어지어 살게 한다니. 철거민들은 내 집을 갖게 된다는 꿈을 안고 광주 대단지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서울 철로가 판잣집에 살던 이주민이지만, 좋다는 소문을 듣고 온 사람, 원주민, 큰 돈을 목적으로 한 투기꾼 들도 있었다고 한다.


‘선이주 후건설’이라는 유례없는 건설방식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피해자의 고통은 상상 이상. 산등성이를 불도저로 대충 밀어 놓은 허허벌판에 천막만 빽빽이 짓고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몇마디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한계가 있다.  교통, 통신. 수도시설 등의 기본적인 도시로서의 기반이 없었다. 그 여름. 빗물로 더러워진 웅덩이의 물을 먹고 집단 대장염에 걸린 사람들은 참다못해 한 목소리로 일어나게 된다.

 

사전을 검색하면 광주 대단지 사건은 1971년 8월 10일 경기도 광주 주민 수만여 명이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해 도시를 점거했던 사건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여실하게 그 모습을 서사해 내고 있다.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광주대단지의 의미는  각기 다르게 펼쳐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이렇게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광주대단지 사건을 여러각도에서  바라보았다.


근대화 과정 속에 부스러기처럼 생겨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 소설의 힘은  이럴때 진가를 발휘한다. 몇 마디 보고서로 사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진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수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놀라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니 성남의 지형적 특색이 달리보였다. 동네마다 높은 고개가 많은 이유도 잘 알지 못했는데 수업을 듣고 광주대단지  사건이 새롭게 다가왔다

 

 성남에서 나고 자랐으며 가정을 일구고 살아왔지만 역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시 승격 50주년을 위한 여러 행사가 개최되는 요즘. 오늘은 종합운동장에서 체육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님은 체육대회를 응원하러 가신다 했다.  그곳에 속한 구성원이니 당연하지 않느냐고. 내가 속한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언급되는 성남은 인구분산을 위해 만든 위성도시였다. 고장의 특색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친숙한 이름이 나오는 것만으로 반가운 정도였다. 인구분산이란 네글자가 주는 이면의 아픔은 몰랐던 나다. 서울의 변경에 위치한  성남. 번경의 이면을  알게된 날이다.


오늘은 성남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소논문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졌다.  논문이라 다소 지루할 줄 알았는데  흥미로웠다. 작가가 12년간 쓴책을 3개월간 연구한 논문으로 2시간동안 마주하니 잘 차려진 음식 한 그릇 대접받은  느낌이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변경>을 다시 읽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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