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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01. 2023

친구를 소중히 대해주세요

도서관 책 에티켓.

긴 연휴, 기대에 부풀었다. 허나 멋진 여행을 계획하진 못했다. 책으로의 여행을 떠날 셈으로 도서관에서 친구를 데려왔다. 연휴 바로 전날 급하게 빌린 책. 도서관에서  빌리면 책 상태를 꼼꼼히 확인 하지 못한다. 일단 생각했던 책이 대출되지않고 있다는데 의의를 둔다. 이용빈도가 높지만  나름의 관리를 한다는 믿음이 있잖은가.


바쁜 일정을 끝내고 애인을 대하듯 책을 펼친다. 몇 번이나 빌리고 싶었던 책인데 대출 중 일 때가 많았던 그 책. 머리말을 읽고 있었다. 강렬하게 꽂히는 몇 문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포스트잇에 표시를 해보았다. 인상깊었던 문장이니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디선가 맡아본 향인데 확실치 않았다. 코감기가 살짝 있었으니 냄새를 잘 못 맡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나의 예민함을 탓했다. 엄마가 읽는 책이 궁금한 딸. 무슨 책이냐고 묻는다.  겉표지를 보여줬다.


- 오래된 책인가 봐요 책이 누렇네요.

- 그래?

그러고 보니 좀 누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오래된 책은 아닌데..


- 이게 무슨 냄새예요? (아까 내가 느꼈던 그 냄새. 딸도 느낀다.. )

- 어떤 냄새 같은데..

 - 글쎄 ...오줌  냄새?


설마 하는 마음에 책에 코를 갖다 댄다..(.아뿔싸. 이럴 수가) 시큼함까지 더해진 그 냄새는 책에서 풍기는 향이 맞다. 스멀스멀 올라 오는 그 실체를 왜 모르고 있었던가. 멀리 있는 도서관에서 일부러  빌려왔는데. 낭패다. 씁쓸함을 느끼며 비닐로 봉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매너 없는 대출자를,,,어쩐다. 얼굴도 모르는 냄새 유발자에게 한소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쓴소리가 나온다.


지난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책 소독기를 이용했었다. 매번 지나쳤었는데  앞에 있던 꼬마덕에  호기심이 생겼다.  기계 속에 책을 펼쳐서 세워두고 문을 닫으라 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소독이 시작.. 책 페이지가 빠른 속도로 한 장씩 넘겨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1분 정도 걸리니 두꺼운 책은 뒷 부분을 한 번 더 돌려준다.  책의 먼지가  제거되니 안심이 되었다. 앞으로는 반납할 때도 소독기를 이용해 내가 본 책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겠다.


책은 영혼이 담긴 친구 같다. 마음이 복잡할 때 말없이 내게 손을 내밀어 준다. 그런 사소한 일따위 잊어버리고 책의 바다에 풍덩 빠지라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행간의 의미를 단순히 읽어나가는 역할만 하지는 않기에 책을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한번 읽고 책장에 갇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이의 눈과 손을 거친 책. 그러니 더욱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친구를 소중히 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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