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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05. 2023

마실나온 지렁이

질문에 답하는 날

비 오는 아침,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정겹습니다.  가을 외투를 따뜻하게 입으니 지난주처럼 비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가을비의 낭만을 느끼고 싶은 아침이었습니다.

성질 급함을 표 내는지, 단풍 들어 떨어진  나뭇잎은  비를 맞아 바닥에 꽃이 되었습니다 나즈막한 언덕길을 걷다 보니 꼬마들이 보이더군요. 우산은 거들 뿐인 책가방멘 아이들은  분주했습니다. 시선을 고정시켜 지켜보았지요.


  보도블록 옆의 화단에 들어가 긴 나뭇가지를 찾는 중이었어요.  실내화 주머니를 친구에게 맡기고 자세를 낮춥니다. 나뭇가지 두 개를 바닥에 대고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지요. 그런데 미끈거리는지 계속 실패. 신주머니를 들고 지켜보던 아이가 갑자기 손으로 잡더니 화단으로 던져버립니다.


- 야 살살해 ~

- 고맙다고 할 거야 어서 가자 늦어

- 잘 가라 또 나오지 마라


 마실 나온 지렁이들이었어요. 킥킥 대고  뛰어가는  뒷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다  화단을 살피니 커다란 지렁이가 풀숲을 헤치고 가더군요.


 지렁이를 살린 아이들. 생명이 소중함을 알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예뻤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제 앞에도 지렁이 한 마리가  놓여 있습니다. 작았지요. 그런데 제 마음을 알아챘는지 이 녀석은 물음표를 던집니다.


나를 어찌해주시렵니까?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하지만 물음표에 화답은 해야했어요. 꼬마가 버리고간 나뭇가지를 이용해 살짝 들어올려봅니다. 무사히  화단에 안착시켜주었지요.


오늘은  내 안에 솟아나는 질문에도 답을 해주렵니다.  외면하지 말자고 다독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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