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 글쓰기에 대한 단상

다짐만 백 번. 이번 건 진짜.

by 물비늘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말할 기회가 없었다. 막상 그 기회가 왔을 땐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떻게든 말을 해야할 때는 정말 어떻게든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을 뱉고 나면 후회가 밀려왔다.

'아,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 말을 다르게 이해했으면 어떡하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나에겐 후회를 남기고, 상대에겐 오해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다음에 같은 질문이 들어오면 뭐라고 대답할지 마음 속으로 리허설을 하곤 했다. 내 상상 속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늘 아쉬움이 남아 내 생각을 머리 밖으로 꺼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예술가가 되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과학이 내 길임을 깨닫고 열심히 세포 속 단백질 이름을 외우고 있지만.


어쨌든 표현에 대한 갈증을 계속 느끼고 있던 차에 글이라는 수단도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글을 써도 내 생각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단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지 않았던 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세상엔 너무 많았고, 나에겐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존감까지도 낮았던 시절엔 글을 쓰면 나의 부족한 생각을 들킬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 배우 박정민의 글을 보고 '나도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의 글에서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고, 그의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태도는 오히려 독자가 편안하게 그의 생각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태도에 그의 깊은 생각과 유머가 더해져 그의 글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의 글쓰기 실력이나 인생의 경험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나도 그런 편안한 태도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 쓸 다짐을 했다. 그러니 편하고 재밌게 내 글을 읽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


찾아보니 올해 6월에 이미 다짐글을 하나 올렸더라. 그때보다도 단단해진 내가 제대로 한 다짐이니 이번엔 진짜로 믿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먼 미래에 내 브런치 계정이 유명해지면 어쩌다 글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냐고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날이 영영 안 올 수도 있지만 이런 상상은 즐거우니 계속 하련다. 한 해가 다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다짐을 했지만, 1년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인간이 임의로 정한 것이니 신경쓰지 않고 매일 한 시간 씩은 글쓰기에 투자해서 브런치에 한 주에 4개 이상의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필력에 실망했더라도 다음에 올릴 글도 읽어봐주시길 감히 염치없이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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