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종강, 그리고 비-청춘의 뚝심

종강 & 연말 기념 에세이

by 물비늘




대학생에게 '개강'과 '종강'이라는 단어가 지닌 힘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개강 직전이나 종강 직전에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짤이나 웹툰 <대학일기>의 캡쳐본이 메신저에서 마구 돌아다닌다. 대학생들은 '욕설 + 개강' 혹은 '욕설 + 종강' 형태로 고유명사를 만들어 개강의 설움과 종강의 기쁨을 친구들에게 표현한다. 물론 모든 대학생이 이렇게 메신저로 친구에게 욕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자주 그런다.




개강 짤
종강 짤




어제는 친구들에게 '종강마렵다' 대신 '종강했다'라고 말했다. 대학교에서의 네 번째 학기가 종강한 것이다. 그런데 많은 짤들이 표현하는 종강의 기쁨과는 달리, 종강이 마냥 기쁘게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당장 이번 학기의 학점 걱정부터 해서, 한 학기 동안 제대로 해낸 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 미래에, 아니 당장 내년에 대한 막막한 마음, 전공 적합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많은 대학생들이, 아니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우리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생 때가 가장 좋을 때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청춘!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대체 어디가 아름다운거지? 실패해도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청춘의 무모함과 도전정신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가 나에게만 없는 건가요? 나는 잿빛인데 '청춘'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싱그러웠다. 그 온도 차를 받아들이지 못해 자책하던 시기도 있었다.


'꼭 '청춘'스러워질 필요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우리 나라에서 유독 심한 사회적 역할에 따른 의무 지우기 중 하나일 뿐이다. 학생은 이래야 한다, 여자는 저래야 한다, 남자는 요래야 한다 등등. '청춘'이라는 역할이 20대에게 부여하는 의무는 지금의 각박한 현실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위로를 스스로에게 되뇌이곤 했다.

"난 '남자다움'이라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남자다움'의 가치에 속한 특징들이 좋아."

여성성이나 남성성이라는 말로 개인을 재단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지만, 학생회에서 같이 일하던 선배가 한 이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첫째는 자칫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임에도, 그 선배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 말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너무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적극적이고 강인한 표현들은 남자에게, 소극적이고 연약한 표현들은 여자에게 부여된다는 점은 억울하지만, '남자다움'의 특징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참 좋은 것들이 많다. '남자는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다', '남자는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남자는 쫄지 않는다' 등등. 불안에 떠는 동안 내 꿈에 확신이 없어지고, 현실에 타협하는 것만 같이 느껴져 부끄러워질 때마다 저 문장 속 '남자'의 자리에 나의 이름을 넣어 생각해보자는 다짐을 한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다.


이 글이 누구에게로 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당신도 삶의 불확실함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뚝심있게', '쫄지 말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니 부디 올 한해를 자책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적절한 칭찬과 비판으로 마무리하기를. 당신과 당신이 견뎌온 시간들은 생각보다 소중하다. 올 한해 이렇게 잘 버텨냈으니, 우리 모두 미래에 걷고 싶은 그 길에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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