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생각들이 일어날 때 '다만 그런 줄을 아는 것'의 힘을 실감한다. 다만 그런 줄을 알게 되어 생각과의 동일시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게 되면, 지금 이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안팎의 자극을 언어적 해석으로 치환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생각 본연의 기능이므로, 매 순간 돋아나는 '어? 이거 문제네!'라는 문제 제기야말로 생각이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증거이므로 이것이야말로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예전과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다만 그런 줄을 아는 것'에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생각에 대해 알아차리더라도 곧 생각에 동일시되고 휩쓸려 오리무중이 되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심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이렇게 바뀌게 된 핵심은 '생각은 원래 그런 거야'에 대한 이해와 '그러니 지금 이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군'의 확인이 누적된 결과다.
가령 거슬리는 상대가 시비를 걸어오면 이미 그 상황에 최적화(?) 되어있는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펼쳐지게 되고, 이후 자연스럽게 부정적 감정과 생각들이 따라온다. 예전엔 이러한 상황을 알아차리더라도 '이런 생각이 생기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의 되치기에 쉽게 당했다면, 지금은 '정확히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럴만하니까 일어난 거 아니겠어?'라는 거의 반(半) 자동적인 반응으로 대체되었다.
예전에는 '수수방관(袖手傍觀)'*이란 사자성어가 뭔가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무의식적 작용인 1차 화살에 대한 불필요한 과몰입으로 생기는 부작용(2~n차 화살)을 살피는데 꽤 적합한 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다만 그런 줄을 아는 것'의 가장 큰 효용은 2절 없이 1절만 부르고 끝낼 수 있다는 것. 젖은 장작에 불이 잘 붙지 않듯.
*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다는 뜻으로, 간섭하거나 거들지 아니하고 그대로 버려둠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