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를 좋아한다

by 노란옥수수

아무 이야기나 쓰자고 생각했다. 도하는 예언자에게 선물 받은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선재에게 받은 깃털 펜에 잉크를 묻혔다. 예언자가 준 양피지가 얼마나 고급인지 도하는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유곽에서 공주님처럼 자랐기 때문에 사치품을 보는 눈이 남달랐다. 양피지에 한 번 잉크로 글을 써 버리면 다시는 지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도하는 망설였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도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선재를 좋아한다]도하는 자신이 무심코 적은 첫 문장에 스스로 깜짝 놀라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문장에 손을 뻗었다. 잉크가 번질까 봐 차마 글씨를 만지지도 못하였다. 대신 그다음 문장을 적어 나갔다.
[선재는 손이 크다. 내 손 위에 선재 손을 포개면 내 손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 손은 따뜻하기로 따지면 어떤 솜이나 양털 같은 것과 비교할 수 없고, 부드럽기로는 지금까지 만져 본 어떤 비단보다 훨씬 나았다. 내가 먼저 선재의 손을 잡으면 그는 움찔한다. 그의 얼굴도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내가 뻗은 손을 절대 먼저 빼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그를 만질 때마다 그의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을. 그 감각은 어떤 술보다도 중독적이다. 살면서 가장 맛있게 마신 술은 홍주였다. 홍산에 있는 살구나무 숲에서 딴 살구를 따서 손으로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고, 씨를 발라내 남은 과육만으로 빚은 술이다. 그 술이 너무 좋아서 어머니와 기주 님을 졸라 홍산 술도가에 견학을 간 적도 있다. 산 전체가 살구 향으로 가득했다. 술도가는 특히 그 향이 잔뜩 응축된 것처럼 그윽했다. 그 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직접 살구를 따고, 손질하여 직접 술을 담가 유곽으로 가져왔다. 병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했고, 뚜껑을 열면 그 향기만으로 취할 듯 어지러웠다. 입에 머금었을 때는 맛과 향 모든 것이 완벽하게 호화로웠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그 술보다 좋아하는 것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선재가 그런 믿음을 깨뜨렸다. 멀리서 그의 이름을 생각하기만 해도 달뜬 기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선재에게 가까이 가면 은은하게 풍기는 그의 체향이 너무 중독적이다. 홍산에 가면 살구 향이 내 온몸을 뒤덮는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그에게 안기면 그의 향으로 내 몸이 완전히 젖어 드는 것만 같다. 그때 마셨던 홍주는 이제 없다. 기주 님이 다른 손님에게 한 잔만, 두 잔만 하며 어느새 죄 팔아버렸다. 선재도 지금 없다. 어떻게 해야 선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