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는 내게

by 노란옥수수

아무 이야기나 쓰자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 아무였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아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도 나였다. 그의 부모님조차 모르는 부분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아무를 사랑했다. 내가 태어나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본 것은 아무였다. 그 때부터 나의 사랑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어릴 때에는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마냥 아무를 쫓아다니기만 했다. 동네에서도 내가 떼를 부리거나 울고 있으면 일단 아무를 데려왔다. 아무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나는 일단 울음을 그쳤다.

“아가씨는 아무가 그렇게 좋으세요?”
“응. 좋아.”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렵다.”
“어디가 좋은지 모르시겠는 거예요?”
“응. 아무는 그냥 좋아. 꽃을 보면 그냥 부드러운 꽃잎을 만져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햇빛 아래 서면 절로 몸이 따스해지는 것처럼, 바람이 불면 절로 눈을 감고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것처럼. 아무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져. 그리고 당장 아무에게 달려가고 싶어. 나는 아무를 너무 당연하게 사랑해와서, 특별히 어떤 부분이 좋은지 말을 못하겠어. 꽃이 예쁘고, 햇빛이 따뜻한 건 당연한 것처럼, 그를 사랑하는 건 내게 너무 당연해.”
“가엾은 아가씨. 아무가 그렇게 좋으세요?”
“응. 좋아.”

그 때 아무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아무를 반겼다.

“웨딩 드레스가 아름다우십니다, 아가씨.”
“고마워. 부케 가져다 준 거야?”
아무는 별 말 없이 부케를 건넸고 나는 받으려 했다. 그 때, 아무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치 프로포즈하는 신랑처럼 두 손으로 부케를 잡고 내게 내밀었다. 나는 잠시 물끄러미 부케와 아무의 얼굴을 보다가 말했다.
“있잖아. 아무. 결혼식 도중에 너는 이 집을 나가.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 노예로 살지 말고, 자유인으로. 그게 나와 아버지의 거래야.”
“아가씨께서는 그 말을 믿으십니까? 제가 이 집을 진짜로 나가면, 주인님께서는 바로 저를 죽일 겁니다. 신혼 여행을 떠난 아가씨에게 제가 찾아갈까봐요.”
“내가 다시 잘 말씀드릴게. 아무 너는 나를 단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그러니 절대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전 아가씨가 그런 거짓말을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거짓말이라니?”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마리가 아무를 나무랐다.

“아무! 그만두지 못해! 오늘은 아가씨의 결혼식 날이야. 무슨 생각이야?”
아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께서는 이미 제 마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다. 아가씨. 사랑합니다. 제 온 마음을 다 바치고 싶은 사람은 오직 아가씨이십니다. 설령 이 사랑 때문에 제 몸이 다 부스러지더라도 상관이 없을 정도입니다.”
“왜, 왜 그런 말을 이제야 하는 거야?”
눈 앞이 뿌얘졌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 마리가 서둘러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급하게 화장을 고쳐주었다. 눈물을 그치려 애썼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쏟아졌다.
“지금은 너무 늦었잖아. 분명 내가 같이 도망가자고 했을 때에 거절해 놓고, 왜 내가 아무에 대해 전부 포기하고 나서야 그런 말을 하는데?”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잘 지내길 바라니까요. 아가씨. 저는 여기에 있을 겁니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하늘에 언제나 해와 달이 있는 것처럼 저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있으셔야 하는 곳은 제 옆이 아닙니다. 부유하고 풍요로운 저택에서 누리는 삶이 아가씨에게 잘 어울리는 삶입니다.”
“그걸 왜 아무가 결정하는 거야? 내 마음 같은 건 아무에게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그럴 리가요.”
아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가씨에게서 눈을 떼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꽃이나 아름다운 것처럼, 언제 보아도 태양이 빛나는 것처럼, 아가씨는 언제나 아름답고 반짝였습니다. 저는 아가씨가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반짝이며 사시기를 바랍니다.”
아무는 일어나 내 손에 기어코 부케를 쥐어주었다.
“저는 자유인이 될 수 없습니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의 것인 걸요. 어디게 계시든, 저는 아가씨의 것으로서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것만은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것이 아무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내 것이라 말하며 나를 떠났던 아무는 1년 후 말에 치여 허리가 부러져 죽었다. 남편이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날, 그의 와인에 독을 타 죽였다. 나는 아무도, 남편도 없고 홀로가 되었다. 혼자인 밤, 할 일이 없이 무료해 나는 아무에 대한 이야기나 쓰기로 했다. 아무. 나를 사랑해 주었던 그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