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자존심

by 노란옥수수

아무 이야기나 쓰자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작가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누가 그런 걸 정했어?”
“아무도 안 정했어. 그러니까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건 나 자신밖에 없어.”
“그런 것도 작가라고 부르나? 사람들이 너를 작가라고 불러줘야지.”
“그 말도 맞아. 그러니 프로 작가라고 부르긴 어렵겠지. 그래도 세상엔 프로도 있고 아마추어도 있는 거잖아. 나는 아마추어 작가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아마추어 작가로서 살아가는 게 뭐가 나빠.”
“넌 너무 방어적이야. 나쁘다고 말한 사람 아무도 없어. 왜 굳이 먼저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너야말로 너무 냉소적이야. 내가 작가로서 살아간다는데, 너는 빈정거렸잖아.”
“그만하자. 이대로는 싸우게 될 것 같아.”

그가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나는 화를 억지로 가라앉혔다.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달래는 말투로 물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글을 쓰고 있는데?”
“몰라. 그래서 아무거나 써 보려고.”
“아무거라면 어떤 거? 일기?”
“일기도 쓰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쓰고. 그러면서 내가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보고 있어.”
“찾았어?”
“아직 못 찾았어. 고민이야. 내가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모르겠어.”
“그러면 이건 어때? 쓰고 싶은 거 말고, 쓸 줄 아는 것을 써 보는 거야.”
“내가 뭘 쓸 줄 아는지도 모르겠는걸.”
“왜 몰라. 너는 짧은 이야기를 만들 줄 알아. 그러니까 짧은 이야기를 계속 써 봐.”
“내가 그런 걸 만들 줄 안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흐음.”

그는 팔짱을 끼며 언짢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스스로에 대해 의심을 너무 많이 해. 솔직히 말해. 할 수 있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그냥 자신감이 부족한 거지.”
“맞아. 그래. 나는 자신감이 부족해. 그래서 내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부족해서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 자신도, 엄두도 나질 않아.”
“차라리 예전에 썼던 이야기를 퇴고하면 어때? 제대로 퇴고해서 투고용으로 다듬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은 그것도 같은 이유야. 퇴고를 한다 해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어.”
“그렇다고 그렇게 끝낼 거야? 이 이야기를 자신감이 없어 좌절한 상태로 끝낼 수는 없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하자고?”
“당장 종이를 꺼내. 아니면 노트북을 켜던가. 그리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계속 써.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도서관에 가는 학생처럼. 그렇게 어떻게든 계속 써 나가. 아마추어든, 프로든, 네가 작가로서 계속 살아가고 싶다면 오직 그 방법밖에 없어.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내 구박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거잖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써. 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가로서 계속 살아가고 싶다면 오직 그 방법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