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피협G장조 2악장, pf조성진
두꺼운 잠바차림으로 머쓱하게 가을 햇살이 뜨거웠다. 한 주간 연수가 있었고 정독도서관과 라이브러리 피치 라는 곳을 새로 방문하게 되었다. 강의를 듣는것도 지적자극이지만, 평일 오후에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간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퇴근이후의 시간을 배움으로 쓴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처음 마음으론 듣지 않았을 연수인데, 우연히도 기회가 되어 듣게 되었다. 이 연수로 오랫만에 모임에 나오지 않았던 발령동기 L도 만날 수 있었다. 초기에 발령받았던 모습 그 대로였고, 이전보다 훨씬 웃는 모습을 보여준 L을 마주친건 배움의 연수만큼 큰 수확이었다.
정독도서관의 입구는 늘상 사람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는 묘한 느낌을 풍긴다. 낡은 하얀 건물안에 개조해 둔 덕에 옛 고건물의 인상을 지울 순 없지만, 오래된 가구의 문을 여는 기분과 냄새를 갖게끔 만든다. 변하지 않고 이전의 것을 유지하는 것 또한 정독도서관의 철학은 아닐까. 쓸데 없이 고상을 하며 들어섰다. 이곳에 노벨문학라운지가 있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고, 때마침 정독도서관에 가니 들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한강의 책에 둘러쌓인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쓴다면 문학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까. 역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책을 전시해 두고 있는 이 라운지는 꽤 세련되고 고풍적인 매력이 있었다. 공공도서관 최초로 기획된 장소라고 홍보하던데, 최초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다가도 한강의 문학을 라운지로 조성한다는 것이 안하는 거보다야 낫지 않나.
바지런하게 쓰면서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차를 마셨을 한강작가의 한 켠을 상상하며 비어있는 의자에 <채식주의자>를 살펴보았다. 누군가에게 읽고 쓰는 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느 사람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생명줄과도 같은 일이다. 우리는 그 작품을 읽고 나누고 내 삶을 잇는 <한강문학기행>이란 책으로 이어졌다. 마음 같아선 이 곳에 우리 작품을 기증해서 놓아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
담당사서분이 누구시려나. 관련책이니, 독자인 우리들도 그녀를 기리는 서재 한편에 꽂힐 수 있지 않을까. 선물해드리고 싶다. 참고로 지인께서 책을 구매하시다가 정독도서관에 희망신청을 해놓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이미 수서중에 있어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단다.
좀 더 읽고 읽으신 독자분들도 한강의 책을 더 읽고 자신의 삶의 글을 이어나가시길 빌고 또 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보인다.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난 이후에 본거라 고서 출판본을 본다는게 재미나게 보였다. 1964년 장 폴 샤르트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스스로 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상을 받는 영예보다 자신의 철학이 중요했던 분.
이곳을 다녀갔던 이들에게 명문장들을 소개하고 필사하는 장소도 있다. 정독도서관에 라운지가 있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필사존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을 다녀가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건 새로운 문화형태인것 같다. 일명 '텍스트힙'이라고 볼 수 있나. 종이책과 전자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이들에 힙한 감성을 말하는 용어다. 읽는 것에 머물지 않고 쓰는 행위로 나아가는 것.'라이트힙'?
정독도서관의 입구는 늘상 사람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는 묘한 느낌을 풍긴다. 낡은 하얀 건물안에 개조해 둔 덕에 옛 고건물의 인상을 지울 순 없지만, 오래된 가구의 문을 여는 기분과 냄새를 갖게끔 만든다. 변하지 않고 이전의 것을 유지하는 것 또한 정독도서관의 철학은 아닐까. 쓸데 없이 고상을 하며 들어섰다. 이곳에 노벨문학라운지가 있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고, 때마침 정독도서관에 가니 들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1954년 헝가리 출생)의 책도 전시되어 있었다.아래 오래된 음향기기는 가동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 버려도 가져오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나만의 공간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기기다. <사탄탱고>를 시작으로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등의 작품을 발표했다고 소개하며,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 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다음해에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같은 상을 수상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것과 동시에 맨 부커상도 수상한 두 작가. 연속된 해에 동유럽과 아시아에서 비영어권문학 작가가 수상을 받은건 의미가 크다. 아직 <사탄탱고>를 읽지 못했지만, 한강의 깨끗하고 시적인 여백의 느낌과 달리 라슬로의 책은 긴 문장하나가 여러페이지로 이어지는 문체를 지니어 읽는 이를 혼란에 빠트린다고 한다.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 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 일깨우는 강렬하고도 선구적인 작품"으로 노벨위원회에서 평했다.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 2악장 Adagio assai, Pf 조성진
E장조 (E major)는 1악장의 재즈적이고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정적이고 서정적인 명상같은 악장이다. 라벨은 이 악장을 모차르트적인 단순미를 목표로 썼다고 한다. 피아노가 혼자서 아주 긴 선율을 노래하듯 시작하고 관악기와 현악기가 섬세하게 받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