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환상소곡집 op.12 1. 저녁에
나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이 과연 나의 포즈일 뿐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걸 스스로 폄하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런데 그 특별한 건 무엇일까.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감나무 고목이 제법 실하게도 열매를 맺었던 서촌 <건강책방 일일호일>에서 북토크를 처음 해 봤다.
10명의 저자가 써 내려간 <한강문학기행>은 한강의 작품을 읽고 난 저자들이 한강 작품과 나의 삶을 잇는 책이다. 그 중 나도 한 책을 맡아 글을 쓰게 되었다. 끝내 쓰는 단계에서 쓸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내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 한강의 책만을 이야기 했다면 고백하건데 나는 참여를 주저했을 것이다. 한강의 책을 이야기하기에 나는 부족한 사람이기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다루기 보다는 책과 관련된 장소에 도달한 독자의 기행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그래서 책은 작가 한사람의 삶을 담고 있다.
토요일 너무나도 날씨가 맑고 따스해서 빛이 얼굴에 머물러 있는 순간이 많았다. 북토크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부족했고, 학교일과 출장으로 나는 식어가고 있었다.
북토크 날 빔프젝트를 가운데 두고 바깥 통창에 걸려있는 감나무 한그루가 눈에 밟혔다. 한강의 이야기를 나누고 북토크를 하는 이 바쁜 와중에 나는 그 감나무가 마음에 남았다. 고목져있는 열매를 따줘서 그 나무를 쉬게 해 주고 싶었다. 통창에 걸린 그 감나무는 이 책방에 상징일까. 별의 별 생각으로 북토크에 필요한 일들을 지원했다. 감나무가 영글어 걸릴때까지 얼마나 힘을 썼을꼬.
이런 감나무가 걸린 책방 같은 곳에서 도란도란 사람들과 책이야기를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작은 책방이지만 책을 읽고 함께 삶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오래도록 주어지기를. 책에 진심인 사람들과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을 만나서 나도 더 힘을 내서 읽어갈 수 있겠다.
사진 기록을 정리하다가 소장용으로 미니 탁상달력을 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달력과 스케쥴을 관리하는 나도 달력을 구하고 보기 어렵지만, 자그마한 것이니 2026년도를 잘지내볼 수 있는 힘을 주는
달력도 나쁘지않았다. 학교에 두고 봐야지.
글벗들과의 연대의 힘을 믿고 의지한다. 이토록 모임을 오랫동안 할지 몰라고, 리더분과 이야기했던 글벗들과 책을 함께 낼 거란 상상도 이루어졌다. 말이 씨가 된 현실인데 생각보다는 좀 이르게 찾아온것 같다. 지나온 각자의 시간이 기록되었던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그건 '어떤 특별함' 같은 것이다. 스스로 폄하하기엔 너무나 반짝이는 '어떤 특별한' 것이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한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번호 12에 1번 '저녁에'
잔잔한 움직임과 사색적인 낭만주의 음악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