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신부엄마가 되어야지

새로운 부캐를 획득하는 날

by 마이라떼

28살 남자조카가 결혼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줄곧 봐왔던 꼬꼬마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 결혼을 다니 기분이 묘했다. 양가를 합쳐 자식대 결혼은 처음이라 마치 내 아이를 결혼시키는 마냥 설레고 긴장됐다. 결혼식장에 한걸음 내딛는 순간 나는 현실에서 빠져나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가 되었고 내 눈엔 모든 게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생화로 가득찬 식장은 야외정원이나 다름없었고 자유로이 배치된 테이블에 뒤섞인 하객들의 얼굴엔 너나 할 것 없이 웃음꽃이 가득했다. 요즘 아이들답게 나란히 입장한 신랑신부는 주례없이 결혼서약을 했고,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다. 때로는 활짝 웃고 때로는 눈물짓는 모든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행복이 가득차 흘러넘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고 그들의 힘찬 앞날을 축복하고 또 축복해 주었다.


그런데 그날 내 눈에 비친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우리 형님. 왕년에 스튜어디스를 하실 정도로 키도 크고 예쁜 형님이었지만 그날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더더욱 아름다웠다. 지금껏 많은 결혼식을 다녀봤지만 한번도 양가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고작해야 신부의 팔짱을 낀 친정아버지나 촛불을 점화하는 양가 어머니들, 신랑신부의 인사를 받는 부모님들의 모습만이 배경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날 난 깨달았다. 결혼식이란 신랑신부도 주인공이지만 부모님들에게도 새로운 부캐의 시작임을 알리는 데뷔무대라는 걸. 또한 그들도 많은 이들 앞에서 축복받아 마땅한 자리라는 걸 말이다.




나의 결혼식은 어땠을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지금 큰아이 나이인 26살에 난 결혼을 했고 우리 엄마는 지금 나보다 어린 나이에 친정엄마가 되었으며 지금 내 나이에 외할머니가 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새로운 부캐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였을지. 그들에게도 인생의 스케줄이란 게 있었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새로운 호칭을 받아들이느라 당혹스럽진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오로지 나의 결혼, 나의 임신, 나의 출산만이 중요했고 너무나 행복했기에 당연히 그들도 행복할 거라 여겼다. 물론 양가부모님은 우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셨고 손녀의 탄생소식에 즐거워하셨으며 무엇보다 귀한 보물로 여겨주셨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결혼을 앞둔 나이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고 다른 관점이 생긴다.


나만 엄마, 며느리, 출가한 장녀등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느라 힘들다 여겼고 나를 좀 더 이해해 주기를 바랐었는데 그들도 시부모, 친정부모, 장인장모, 조부모등 처음 하는 역할에 서툴렀을 테지. 자식의 결혼과 함께 저절로 생성되는 부모님들의 호칭을 받아들일 순간을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경우는 드물 테니까. 대부분 사랑하는 자식에 의해 부여받은 숙명이나 자식을 위한 희생 같은 것이 아닐까.




하여 나는 준비된 예쁜신부엄마가 되려 한다. 신부엄마가 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접어놓으시길. 언젠가 두딸들에게 얘들아 결혼 꼭 안 해도 돼. 엄마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야.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돼. 라고 말했지만 둘 다 두 눈을 동그렇게 뜨며 우리는 결혼할 건데?라고 대답해 머쓱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반찬을 해나르거나 손주가 태어나면 봐주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딸들 오해는 하지마) 그저 그녀들을 멋지게 떠나보낼 준비, 독립된 가정을 꾸릴 자유를 주는 엄마가 되겠다는 것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딸의 결혼. 얼굴도 몸도 마음도 예쁜 신부 엄마가 되어야지.


예쁜 신부엄마, 이정도면 되겠죠?(핀터레스트)


딸들 긴장해.
엄마는
예쁜신부 엄마가 아니라
예쁜 신부엄마가 될거니까.
대신 하얀 옷은 입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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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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