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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Nov 28. 2023

사실 낯을 좀 가려요

외향인 51%에 내향인 49% 랍니다

나랑 친해진 사람들은 내가 낯을 좀 가린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00님이요? 낯을 가린다고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나의 MBTI를 묻는다. 


"E 아니예요? E? 전혀 I 같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 사실 난 때에 따라 E와 I를 왔다갔다 한다. 외향형과 내향형 성격이 반반 정도라고 할까. 외향적인 성격이 아주 조~~금 앞서 있을 뿐이다. 상황에 따라 나는 급 그림자처럼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곤 한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MBTI 가 이렇게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 그러니까 혈액형으로만 사람을 4가지 타입으로 나누던 그 때. A형인 나는 어딜가나 까탈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았다. 소심하고 잘 토라지고 예민스러운 사람. 나의 그런 면모가 불쑥 불쑥 올라올 때마다 친구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00아,너 A형이지? 완전 A형 성격이네" 


지금와서 살포시 고백해 보건데, 난 학창시절 O형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O형의 이미지는 활발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수혈도 O형 피는 누구한테나 줄 수 있단다. 피마저 사랑받는 O형의 이미지가 왜 그리도 부러웠는지. 암만 부러워해도 A형인 나를 O형으로 바꿀 순 없었다. 아쉽다, 아쉬워.


난 소심,까탈,예민보스 A형 여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때 나의 MBTI를 검사했다면 확신의 INFP가 나왔을까? 가끔 상상해 보는 ENFP다.

   





어쨌든 나는 낯을 가린다.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다고나 할 까. 아직도 나는 사람들을 처음 많이 만나는 자리에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가끔은 심장박동이 빨라지기도 한다. 만나자마자 바로 인싸가 되는 분들은 99%의 E 이실 거다. 하지만 51%의 E는 49% I의 마스크를 쓰고 그렇게 조용히 무리속에 동화되어 있다. 그러다 내가 나설만 한 곳이다 싶으면 I의 마스크를 벗고 E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 보세요. 저 낯 가린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어설프게 벗은 가면이 들통날 때가 있었다. 나댈 자리가 아닌데 99%의 E처럼 행동하다가 곤란한 일도 많이 당했다. 끼어야 할 곳과 아닐 곳을 구분못하고 들이대다가 호되게 당한 적도 많다. 저 사람은 되는데? 나는 왜 안되는 거야? 억울함과 분함에 집에가서 이불에 하이킥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I의 가면을 쓰고 INFP의 방으로 들어간다.


소심한 A형 피에 49%의 내향인 I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다.

난 변절자 ENF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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