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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Dec 08. 2023

작심 3주 다이어리

다이어리를 사서 1월을 넘겨본 적이 없어요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의식처럼 치르는 일이 있다. 


바로 다이어리 사기


이 구역 지름왕이 나야 나


지난 1년을 톺아보며 늘 결심한다. 내년은 계획적으로 살아보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하나씩 따라가 보자고.(P가 절대 안 되는 일 중의 하나다) 성공한 사람들의 mbti를 보면 보통 끝이 J인 사람들이 많다는데. 아무리 흥에 살고 죽는 무계획 P라도 그 정도의 노력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내 인생도 계획해서 통제하지 못하는데
무슨 성공을 할 수 있겠어?



12월만 되면 비장해지는 나다. 그렇게 다이어리 구입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물론 요즘엔 사은품으로 딸려오는 다이어리들도 있다. 그런데 뭔가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인다. 위클리 부분은 왜 이렇지? 데일리 부분에 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아 보여. 먼슬리 구성은 또 이게 뭐야. 그렇게 사은품으로 받은 공짜 다이어리에서 애써 단점을 발견하고 나면 지름으로 인한 죄책감이 조금은 덜어진다.


다이어리가 준비되고 이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밀 형형색색의 펜들과 스티커를 준비한다. 이 광활한 대지를 알록달록하게 알차게 채우리라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새해가 시작되고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장기록은 3주였다.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산 다이어리인데 작심삼일은 좀 너무하다는 일말의 양심이라고 해두자. 최소 일주일, 1월 정도는 채워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나의 다이어리엔 2월이 영원히 오지 않았다.

나도 펼쳐보고 싶다... 2월의 다이어리를


하지만 올해만큼은 1년을 채워보리라, 결심한다. 

(일단 선언했으니 실천하는 일만 남았네)


2024년도가 되면 무계획적으로 일을 만들지 말고 깜박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하고 기록하자. 즉흥적으로 그때의 기분에 맞춰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근근이 버텨왔던 시간들을 더 이상은 만들지 말자고 결심해 본다. 일단 1월만 어떻게든 채워보면 2월이 오지 않을까? 하얀 다이어리가 닳고 닳아 회색빛이 될 때까지 내년은 열심히 다이어리를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까지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진 않았다. 앞으로는 다이어리를 쓰면서 내 인생의 큰 일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다이어리의 시작은 소소했지만 끝은 창대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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