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취미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나는 그중에서도 인테리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집이라는 나의 공간을 트렌드에 맞춰 꾸미고 바꾸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언젠가 글을 적어 보고 싶은 소재이기도 하다) 현재 유행 중인 미드 센츄리 모던 스타일 이전에는 앙리 마티스 포스터가 집집마다 하나씩 걸려있기 마련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앙리 마티스는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2019년 9월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 THE MUSE에서 마티스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찾았던 전시는 '진짜 그림'이 없는 영상으로 작품을 만난 전시였기에 니스에서 꼭 실물로 영접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굳이 프랑스 파리에서 9시간이 넘는 고생을 해가며 남프랑스 니스를 왔어야 할 이유는 앙리 마티스 미술관만으로도 충분했었다.
앙리 마티스 미술관 (Musée Matisse_164 Av. des Arènes de Cimiez, 06000 Nice, France)
니스 뮤지엄 패스
마티스 미술관을 향했던 우리의 기분은 날씨와 같이 화창했다. 굳이 니스 뮤지엄 패스를 구입할 필요는 없었지만 마티스를 만나기 위해 30유로나 되는 비용을 들여가며 티켓을 끊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이건 뭐지 싶었다. 미술관 창고나 다른 별관을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이판사판 공사판이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리뉴얼 공사로 작품의 대부분은 가림막으로 막혀있었다. 그럼 뮤지엄 패스를 호기롭게 결제할 때 말렸어야 하지 않았니? 이런 걸 눈퉁이 맞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정말 미술관 대관한 줄
지나칠 정도로 관람객이 없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우리가 미술관을 통째로 대관한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고 그나마 위로하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마티스 그림 외에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던 부분은 기억에 남을 만했지만 니스까지 왔어야 할 이유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아이들에게 미술관의 꽃은 굿즈샵이라고 했던가? 미술관에서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한 우리는 마티스 미술관 샵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대리만족을 해야 했는데 꼭 내가 서래마을 어딘가에 인테리어 편집샵에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굳이 이 멀디먼 남프랑스 니스에서 서래마을을 떠올리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뭔지...
먼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마르크 샤갈을 만난 건 2018년 8월 아이들의 여름방학 무렵이었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으로 만난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밝고 아름다운 색채로 우리를 환상적인 세계로 인도해주었고, 특유의 공상적인 요소가 리드미컬하게 작용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샤갈전에서 사 온 기념엽서들은 진보라, 진초록 등의 임팩트 있는 색감이었고, 아이들과 함께 샤갈 하면 떠오르는 색상에 대해 꽃과 연결하여 융합적인 사고로 미술관 관람 후 집에서 다시 한번 감상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_Marc chagall
마르크 샤갈 미술관 (Musée National Marc Chagall_Av. Dr Ménard, 06000 Nice, France)
마티스 미술관에서 너무 실망한 우리는 샤갈 미술관에 보상받고 싶은 애끓는 심정으로 샤갈 미술관에 도착했다. 고즈넉한 마을에 위치한 마르크 샤갈 미술관은 이곳에 어떻게 미술관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택이 밀집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미술관 외관 자체가 모던하고 심플할 뿐만 아니라 자연 속의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니스 마르크 샤갈 미술관
단 샤갈 미술관의 아쉬운 점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지원되지 않아서 한국어로 작품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고, 니스 뮤지엄 패스로는 입장이 불가하여 입장권을 따로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샤갈의 작품은 그 단점들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는 샤갈 미술관을 가기 전부터 치밀하게 아이들의 옷을 샤갈의 임팩트 있는 색상으로 깔맞춤 해서 입혀가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샤걀의 살아 숨 쉬는 듯한 마법의 색상들은 아이들을 상상의 나래로 몰입시키기 충분했다.
샤갈 미술관 샵
샤갈 미술관 샵에서 실컷 구경을 하고 나와 날씨도 너무 좋고 미술관 정원이 너무 이뻐 벤치에 잠시 앉아 도란도란 과일 도시락을 먹고 있던 중 만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