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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Aug 26. 2021

유럽여행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이와 해외여행 시에 준비해야 할 비상약 리스트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 피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의 이 피자, TESCO에서 구매한 냉동피자에서부터 말이다.


  TESCO 냉동피자를 포장을 뜯는 순간 토핑이 허술한 것 외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숙소 오븐에 알맞게 익혔고, 오손도손 세 모녀 맛있게도 먹었다. 거대한 사건의 서막은 저녁부터 복선을 짙게 깔아주며 알려줬건만 정말 나는 꿈에도 몰랐다. 잠들기 전에 둘째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칭얼댔다.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가 아닌데 보름 가까이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기 벅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얼른 재웠다. 


 런던 숙소의 창문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겨울바람에 콧등이 시릴 정도로 추웠고 런던의 차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요란하게 들리던 그날 새벽, 갑자기 하얀 침대 시트에 분수토를 해대는 둘째 아이. 다급해진 나는 옆에 있던 수건으로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 변기로 직행했다. 아이는 쉴 새 없이 토했고 나는 등을 두드려주며 나의 멘탈을 부여잡았다. 준비해온 비상약을 살피고 아이의 증상에 맞는 약을 찾아 먹였다. 짜 먹는 타입의 약을 먹자마자 또 토하기 시작하는 둘째 아이. 그날 새벽 대여섯 번의 화장실 들락거림으로 일단락됐다. 

 

 

숙소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아픈 언니 옆에서 기도하는 동생


 다음날 아침 다행히 둘째 아이는 회복하여 일정을 이상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다 같이 숙소로 돌아가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던 중 첫째 아이가 이제는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고 싶단다. 일단 숙소에 가서 저녁을 먹자며 돌아가던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에 빠진 아이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했다. 자기와 같이 아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인지 언니 옆에서 고사리 손을 모아 기도하던 둘째 아이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 한 장에 모든 그날의 걱정과 애환이 다 녹아있는 것 같다. 드디어 숙소 앞 정류장에 도착하여 뒷 문이 열리는 순간, 첫째 아이는 긴장의 끈을 놓고 분수토를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너무나 당황했지만 얼른 아이를 데리고 숙소로 올라가서 더럽혀진 신발이며 옷을 정리하고 약을 먹였다. 침대 시트에는 대형 타월을 깔아놓고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날 새벽,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타자는 엄마 사람. (열린 결말) 그렇게 우리 세 모녀는 줄줄이 비엔나처럼 런던발 장염에 걸렸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처절하게 변기와 함께 싸우도록 했을까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을 할 즈음 번뜩 떠오르던 냉동피자. 그 사건의 발단은 TESCO에서 사 온 피자를 숙소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냉장고의 문은 피자박스 덩치를 이기지 못해 살짝 열렸고, 살짝 녹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상했던 것 같다.


그래, 피자가 포항 과메기도 아니고 상하는게 당연하겠지.

 먼 타국에서 분수같이 토하는 두 딸아이들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나 또한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 거리며 아이들에게 들킬세라 소리 없이 토했던 그 순간,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한국에서 든든하게 챙겨 온 비상약 덕분에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비상약이 없었다면,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찔하다.

런던의 마지막 날_피렌체를 위해 감상한 냉정과 열정사이 

 

 우리는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다음 여행지인 암스테르담을 위해 하루 동안 약을 먹고 푹 쉬었고, 씻은 듯이 다 나아 무사히 암스테르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영국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아픈 나머지 버렸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그날 그렇게 쉬지 않았다면, 우리의 체력도 버티지 못했을 거라고 위안해본다. 



아이와 해외여행 시에 준비해야 할 비상약 리스트




공동 상비약(필수)

상처연고, 소화제, 멀미약, 일회용 밴드, 소독용품, 감기약(종합, 코, 목) 

지사제, 파스류, 피부연고(구강 연고), 피로회복제 등등



1. 해열제 준비 시에는 부루펜 계열, 타이레놀 계열로 나눠서 각각 준비한다.

2.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경우 다니던 소아과에서 알레르기약을 처방받는다.

3. 숙소에 베드 버그가 있을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베드 버그 퇴치제도 준비한다.


그 외에

4. 치아교정을 하는 경우는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검진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미리 받는다.

5. 어린아이 동반의 경우 치아 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지 미리 치과진료를 받아 체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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