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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손에 이끌린 여행이 아닌 아이가 '끌린' 여행하기

유럽여행 계획을 아이에게 주는 과감함

by 송지현

시간적으로 여유 없는 여행을 하다 보면, 문득 이 여행은 무엇을 위해 하고 있나 하고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 철저하게 세운 여행 계획표에 출석체크를 하듯이 아이손을 이끌고 재촉하고 다그치는 그런 순간, 추억을 담기 위해 사진을 남긴다기보다 여기 우리 왔다갔음을 인증하기 위한 사진 찍기로 퇴색되는 순간 말이다.

비교적 우리의 유럽여행은 시간이 여유로워서 한 번쯤은 아이에게 선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엄마 손에 '이끌린' 여행이 아닌 아이들이 '끌린' 여행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여행을 해보는 것이야 말로 자기 주도적인 여행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유럽여행을 오기 전 도서관에서 유럽에 관련된 책들은 모조리 대출하고 관련 영화 및 선을 넘는 녀석들 유럽 편까지 섭렵하고 왔더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가고 싶은 곳이 넘쳐났고 더욱 즐거워 보였다. 아이들의 계획을 바탕으로 선택한 일정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랜드마크 투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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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유럽 워크북_랜드마크 어디까지 가봤니?



런던 타워브리지 (Tower Bridge_Tower Bridge Rd, London SE1 2UP UK)

20200117_112439.jpg 런던 타워브리지

런던의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런던 타워브리지를 만나러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런던 브리지 앞이었고, 런던 브릿지에서 타워브리지까지 체감온도 시베리아급 런던 칼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타워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멋떨어지게 찍고 싶었던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포토존이라고 생각하고 줄 서서 사진을 찍었다.

20200117_105332.jpg 추운 날씨에 목도리를 내어 준건 모든 걸 다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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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러운 런던 날씨와 강을 타고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타워브리지를 향해 걸어가던 둘째 아이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타워브리지를 보고 애간장이 녹았고, 그런 둘째의 투정을 다 받아주며 든든하게 내 곁을 함께한 첫째 아이는 타워브리지를 정면에 만난 순간 그 웅장한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20200117_115336.jpg 타워브리지 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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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얼었다가 녹아가는 너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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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몸을 녹이러 들어간 타워브리지 샵은 런던 런던 한 아이템으로 가득했고, 아이들은 영화에서 만난 패딩턴 곰인형을 보고 반가움의 소리를 질러 주변 사람의 쓸데없는 이목을 샀다.




버킹엄 궁전 (Buckingham Palace_영국 SW1A 1AA London, UK)


20200120_102611.jpg 버킹엄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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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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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병 교대식은 오전 11시 30분이지만 이 전에 왔었던 경험을 미루어보아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일찍 출발했지만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는 근위병 교대식을 잘 볼 수 있는 명당자리를 선점하고 아이들은 내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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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좋은 자리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봤는데 우리가 생각했었던 복장이 아니었다. 이전 런던 여행은 여름에 왔었기에 당연히 빨간 근위병 복장을 입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뿔싸! 근위병이 겨울 코트를 입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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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표정으로 근위병처럼 걸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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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_112901.jpg 세인트 제임스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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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바로 옆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아이 둘은 신나게 뛰어놀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푸릇푸릇한 감성이 아이들이 동심으로 돌아가기 딱 좋게 만들어주었고, 비둘기를 쫓아보겠다고 훠이훠이하더니 영어로 해야 알아듣는다며 'Go away~ shu shu shu shu'를 외치던 너희들. 그리고 다시 런던에 오게 되면 묻어둔 타임캡슐을 만나겠다며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흙을 파고 보물 하나를 숨겨두었단다. 부디 그 보물을 너희들의 다음 런던 여행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빅벤(Big Ben_영국 SW1A 0AA London, UK)


20200120_155850.jpg 빅벤은 공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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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단연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시계탑 빅벤일 것이다. 둘째 딸아이가 유럽 미술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나마 익숙한 런던의 빅벤을 실물로 영접한다는 생각으로 제일 설레어했었다. 엄마의 시점에서는 둘째 딸아이가 어린 나이에 떠난 유럽 미술여행이라 나중에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한 것과 또 한 가지 걱정거리는 빅벤이 공사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2017년 8월에 시작한 런던 명물 시계탑 빅벤(Big Ben)의 보수공사는 우리가 런던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고, 그 사실을 둘째 아이에게 알리지 않았다. 만국 멀리 떠나는 유럽 여행에 적잖이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 차 있을 그녀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웨스터민스터 역사를 올라오는 계단에서 올라온 우리는 공사 가림막으로 턱 막힌 빅벤을 마주하게 되었고, 둘째 아이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꽤나 황당했을 그 기분. 미안하다. 사과한다.

10년 전 남편과 함께 온 런던에서 마주한 숨 막힐 듯 압도적인 빅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을 딸아이들과 함께 공유하지 못함에 있어서 굉장히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런던아이(London Eye_Riverside Building, County Hall, London SE1 7PB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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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들에게 런던아이 왕관을 한번 씌워주기 위해서 각도를 맞추느라 허리를 꺾고 팔을 있는 힘껏 늘렸으며 다리를 찢어가며 찍어줬던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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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자에게 있어 런던의 날씨를 고려해가며 일정 잡기란 최대의 난관이자 숙제인 것 같다. 런던아이 티켓팅을 해놓은 상황에 런던 날씨는 호락호락하질 못했고,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출발한 런던아이 관람차 일정은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반전을 안겨주었다.


20200122_171330.jpg 런던아이 탑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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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 하기 위해 제작한 런던아이 관람차는 런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아이들은 눈 아래 파노라마로 펼쳐진 공사 중인 빅벤과 국회의사당, 타워브리지, 세인트폴 대성당 그리고 런던 타워를 눈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런던아이 관람차 캡슐을 타는 것만으로도 놀이동산을 온 것같이 들떠했던 두 딸아이의 모습이 생생하다. 또한 오히려 흐린 날씨에 런던아이 관람차를 탄 덕분에 운치 있는 런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가 아닌 이상 흐린 날씨에도 과감하게 탑승해보길 추천한다.


그날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촉촉했던 런던의 시내가 두 딸아이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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