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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Sep 02. 2021

너희들의 인생 사진은 여기서부터. 테이트 브리튼

 무려 일 년이 넘은 시점에 아이들과의 유럽여행을 기록해보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 빨리 적지 않으면 그때의 기억을 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쓰게 하고 기억하게 했다. '어제 먹은 점심메뉴가 뭐였지?' 생각해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일 년이 지난 유럽여행의 기억은 언제 달아날지 모르겠다 싶어 얼른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머리를 재촉한다. 오늘은 테이트 브리튼에 대해 떠올려보자. 갑자기 1초도 안되어 떠오른 기억은 테이트 브리튼으로 걸어가던 길에 만난 꽃집이 생각났다. 한적했던 런던 거리의 꽃집에 놓여있던 2.5파운드 튤립 다발을 잠시 보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했던 하루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분명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_Millbank, London SW1P 4RG 영국)

 템즈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 브리튼은 '테이트 갤러리'로 불리다 2000년 '테이트 모던'이 생긴 이후에 '테이트 브리튼'으로 이름이 바꾸어 불렸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런던 국립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표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 가장 많은 곳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의 오렌지와 테이트 브리튼의 오렌지


브랜드 컬러 [ brand color ]

브랜드를 나타내는 고유색. 
회사 상표의 고유색을 널리 홍보함으로써 구매자에게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색채 이미지 전략에 따라 나온 색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는 상품 용기나 포장지에 고유색을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특정 상표 사용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브랜드 컬러 [brand color] (색채 용어사전, 2007., 박연선, 국립국어원)

 

 '테이트 모던'에서 보았던 오렌지 컬러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났던 테이트 브리튼의 오렌지 빛깔을 보니 마켓 컬리의 진자주색, 스타벅스의 진초록색, 에르메스(Hermes)의 주황색 포장지와 같은 브랜드 컬러처럼 느껴져서 더욱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미술관임이 틀림없다 싶었다.


 인테리어에 진심이었던 테이트 브리튼의 도서관은 그냥 여기서 책 한권만 봐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카페테리아는 이렇게 이쁠일인지.. 테이트 브리튼의 전시실은 얼마나 기대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된다.

전시실을 들어서자마자 한가운데 놓여있던 이젤이 눈에 들어왔고 아이들은 이젤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참새처럼 짹짹거리며 재차 물어봤다. 이젤을 사용해도 된다는 관계자의 말에 그렇게 두 딸아이는 조그만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뒷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나름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중인듯했다. 


 지나가는 관람객은 조그만 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나름 진지한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뭇하게 지켜보았고, 딸아이는 꽂힌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 그리는 것에 집중을 했고,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인생 사진

 나는 옆 벤치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럽 미술여행을 치열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탓에 링거까지 맞으며 출국 수속을 밟았던 지난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 이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구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뒷모습은 여유가 넘쳤고, 평화로워 보였다.


샬롯의 아가씨(The Lady of Shalott)_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필리아(Ophelia)_존 에버렛 밀레이

 테이트 브리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인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사랑하는 약혼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실성을 하고 노래만 부르다가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져 죽고 마는 불쌍하고 처연한 여인이라는 내용을 알고 보니 소름이 돋을 정도의 현실적인 표정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 작품이라 꼭 한번 '진짜 그림'을 만나보라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테이트 브리튼


LEARN, LAUGH & WONDER WITH TATE SHOPS이라는 로고가 마음에 들었던 테이트샵



비하인드 스토리

만 10세 작품
만 7세 작품


응? 예술의 혼을 불태웠다고 했잖아.
 이젤에서 순정만화가 나올 줄이야.


존 에버렛 밀레이의 동상을 지나 석양이 우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테이트 브리튼에서 나온 우리. 거리에는 벌써 석양이 우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무서워. 가면 안돼요?'

런던의 오후는 이렇게 밤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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