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지현 Aug 19. 2021

런던의 성수동, 테이트모던

반전 매력 미술관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 (Bankside, London SE1 9TG 영국)


 한국 성수동에는 폐공장을 전시장 겸 갤러리 겸 카페로 재탄생시킨 '대림창고'가 있다. 대림창고 덕분에 많은 화가와 아마추어 사진작가, 디자이너들이 성수동에 터를 잡고 빈공장을 활용해서 작업실 겸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공장의 투박한 외관은 그대로 멋스럽게 살리고, 오래된 물건들도 인테리어가 되는 성수동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감성이 참 좋다. 런던에서의 테이트 모던 또한 1981년 오일 파동과 공해문제로 문을 닫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해서 성수동을 닮은 (시기적으로 봤을 때 성수동이 테이트 모던스럽다고 해야 하나?) 투박한 이미지가 오히려 세련되게 다가오는 런던 미술관이다. 10년 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는 투박한 외관으로 미술관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런 반전 매력이 있다니!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우리는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야무지게 챙겨 테이트 모던 입구에서 1파운드 FAMILY MAP을 구매해서 관람을 시작했다. MAP을 구매한 이유는 워크북에 나오는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딸아이들의 바람이자 미술관 관람의 효율성을 위해 구매하는 편이다.

워크북에 나오는 작품 위치 파악하기!
엄마표 유럽 워크북_테이트 모던


 


2020년 2월 런던 테이트 모던 백남준 특별전시


 테이트 모던에 들어가자마자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 백남준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고, 백남준 전시장을 보자마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2018년 8월 백남준 아트센터 (서울)

 

 백남준은 2018년 8월의 여름방학에 방문했었던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아이들의 시선에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던 전시였다. 그런데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테이트 모던에서 한국인 백남준 전시가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었으니,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뜨겁던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백남준 전시를 미리 보고 느꼈기에 가능한 리액션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 뿌듯했다.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은 엄마의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작품 하나하나를 만났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만히 작품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그림'이 주는 아우라가 다르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작품을 가장 만나고 싶었으나 예상과 달리 해당 작품은 전시되어있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확인해보니 외부 전시일정에 따라서 전시안 된 작품도 있을 수 있기에 유럽 워크북을 제작 시 유의해야 할 점으로 생각되었다. 그 대신 로이히 리히텐슈타인의 Whaam으로 팝아트의 진수를 야무지게 느꼈다. 피카소 작품 또한 전시되지 않아서 아이들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파에 앉아서 유럽 워크북을 꼼꼼하게 읽고 이야기를 나눈 후 워크북을 정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나지 못한 작품은 기념품샵에 들려서 엽서로 만나보았고,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엽서와 마그넷 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또 테이트 모던에서의 추억 중 하나는 아이들이 테이트 모던의 시그니처 색상, 오렌지 벨벳 벽이 마련된 곳에서 얼마나 많은 한글을 남겼는지 모른다. 입었던 외투를 벗어가며 열정적으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오렌지 빛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도 이 사진만은 참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리가 아플 정도로 오랫동안 감상하는데 몰두했던지, 테이트 모던 입장할 때의 담백했던 세인트 폴 대성당이 퇴장할 때는 밀레니엄 브릿지와 함께 우아하고 아름답게 저녁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오후 다섯 시인데도 겨울의 런던은 해가 짧아서 한밤중 같은 것은 안 비밀이다. 


테이트 모던 맞은편 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브릿지를 건너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갑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_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온 오래된 성당


 오후 다섯 시에 느껴보는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세인트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렇게 우리는 비현실적인 현실 런던에서 살고 느끼고 즐겼다. 


이전 14화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의 영국박물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