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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Aug 18. 2021

런던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했던 의외의 장소

꼭 런던에서 박물관, 미술관만 가라는 법 있나요?

 

Chinatown (W1D 5PT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나온 우리는 허기진 뱃골과 환상의 궁합을 맞출 메뉴를 고르느라 런던의 차이나타운 거리를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던 중 생각지도 못한 빗줄기를 만났다. 한국이었으면 당장이라도 우산을 꺼내 폈을지도 모르지만 우산을 드는 이 없던 런던의 거리. 아직 유럽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차이나타운에서 뻔한 아시안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기에 더 돌아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점점 빗줄기는 굵어지고 있었고 비를 피할 만한 장소로 뛰어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런던의 맛집으로 소문난 버거 앤 랍스터였다. 유럽여행 계획을 세울 때 꼭 가야지 했었는데 이런 우연이 있다니! 


Burger & Lobster Leicester Square (10 Wardour St, London W1D 6QF 영국)


 안내를 받고 들어간 테이블의 옆자리에는 마침 한국인이 있었고 나는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추천받은 메뉴로 맛본 촉촉한 육즙이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탱글한 랍스터의 식감은 첫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둘째는 랍스터가 불쌍해서 못 먹겠다더니 엄지를 추켜올리며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이블 매니저는 리액션이 풍부한 아시안 꼬마 아이가 귀여웠던지 So cute! 를 무한 반복하더니 주문한 세트에 하나뿐이었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추가해서 서비스로 주었다.


#귀엽고 볼일 #아이스크림 하나+1


kids meal10+kids lobster meal15.5+랍스터 22+콜라 3.5+봉사료 6.38 (단위:파운드, 2020년도 기준)

 

 랍스터라는 사치스러운 메뉴였지만 가성비를 따지면 너무 칭찬해주고 싶은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피카딜리서커스를 향해 걸어가던 중 m&m 샵과 레고 샵이 마주하고 있는 거리에서 발길을 멈췄다. 아이들의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뛰어들어가기 바빴다. 




 런던에서 아이들의 천국이 있다면, 여기구나 싶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런던에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던 의외의 장소 몇 가지를 보태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레고 샵 (The LEGO® Store Leicester Square _ 3 Swiss Ct, London W1D 6AP UK)




 기껏해야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레고 모형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스케일의 레고 모형은 레고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고, 두 번이나 방문해서 눈도장을 찍었다. 




m&m (M&M'S London_1 Swiss Ct, London W1D 6AP UK)


 우리에게 친숙한 m&m 초콜릿 캐릭터의 알록달록함은 아이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였고, 레고 샵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레고 샵을 들른 후에 꼭 가보면 좋은 곳으로 추천한다.



LUSH 매장 (Lush Spa Oxford Street_175-179 Oxford St, London W1D 2JS UK)


 아이들에게 런던에서 인상 깊었던 장소를 꼽아보라고 하면 의외로 LUSH매장을 입 모아 꼽았다. 형형색색의 제품뿐만 아니라 향으로 매료되는 곳으로도 유명한 LUSH는 런던이 본고장이기에 순전히 지인들에게 선물을 사려고 들른 매장이었다. 


#감사해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준 LUSH 직원분

 제품향을 선택하기 위해 테스팅을 하는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배꼽이 달아날까 깔깔 거리며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비눗방울 놀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입욕제로 다양한 체험 아닌 체험을 경험하게 되었고 얼굴에 스티커까지 붙여주는 서비스까지! (첫째는 아직 그 스티커를 보관 중이다) 그리고 딸아이가 말하기로 가장 많이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장소라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유럽 아르바이트생에게는 한낯 동양인 꼬마들의 리액션이 색다르고 귀여워 보였을 거라 추측해본다. 이 글을 빌어 진심으로 LUSH 매장 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THE CONRAN SHOP (55 Marylebone High St, London W1U 5HS UK)

 SALE SALE SALE 문구가 엄마 사람을 현혹하기 딱 좋은 THE CONRAN SHOP은 런던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으로 현재 한국의 강남에 상륙한 브랜드이다. 인테리어 제품뿐만 아니라 홈데코, 주방용품, 식기, 침구 등 리빙 아이템과 취미용품, 패션잡화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가득 찬 곳이라 엄마 사람은 잠시 영혼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듯 넋을 놓고 구경했던 곳이다. 근데 의외로 아이들이 취미용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에 너무 즐거워해서 이곳 또한 아이들의 선택으로 두 번이나 방문했던 곳이다.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콘란 샵으로 부르지 않고 빨간 SALE 포스터가 인상 깊었던지 SALE SALE SALE로 부르는 곳이다. 


'엄마, SALE SALE SALE 꼭 다시 가요'라고 부탁해서 재방문한 콘란샵  /  '엄마도 땡큐! ' 완전 엄마 사람 취향 저격한 콘란샵





 우리는 레고 샵, m&m을 박물관과 놀이공원 구경한 듯 실컷 구경한 후 런던에서 가장 화려한 교차로이자 런던 만남의 장소, 피카딜리 서커스로 향하는 참이다. 

Piccadilly Circus

 

 런던의 만남의 장소라는 명성처럼 빨간 이층 버스가 화려한 교차로를 돌고 돌아 휘감은 광장에는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그 무엇보다도 행위예술가와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꽤 많아 아이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온몸에 황금칠을 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주는 행위예술가부터 버스킹 하는 청년의 노래까지 구경거리로 넘쳐나던 그곳에서 우리가 가장 눈여겨보았던 것은 온몸에 황금칠을 한 모습으로 중력을 거슬러 투명의자에 앉은 것처럼 (실제로는 의자 없음) 앉아 물을 따르는 행위예술가였다.



 입이 떠 억 하니 벌어질 만큼 신기해했던 첫째 아이는 한동안 그 자리를 뜨지 않고 행위예술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사진으로 전해지는 행위예술가의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고 콧등이 시릴 정도로 먹먹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피카딜리서커스 구경을 다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친 그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짐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었고 자신의 허리의 통증을 감내하며 한걸음 한걸음 어렵사리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는 것은 지구 반대편 우리 모두의 아버지의 삶과 다를 바 없는 것이 그에게 투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가의 가족, 그 누군가의 아빠, 그 누군가의 아들이었을지 모를 그는 오늘도 참 수고한 하루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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