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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Sep 03. 2021

런던 마켓 어디까지 가봤니?

아이들과 함께 즐긴 런던 마켓 A to Z (ft.코돌트갤러리)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에게 맞춘' 여행을 하느라 '엄마 사람'을 잊는 여행을 하기 쉽고, 아이가 커서 '아이를 위한 여행'을 해보겠다고 계획을 짜지만 정작 '아이의 의견과 즐거움'이 빠지고 '교육적인 욕심'만 가득한 여행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이번 우리의 39박 40일간의 5개국 10개 도시의 유럽 미술여행은 어느 쪽 하나도 희생되지 않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그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긴 런던 마켓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Road Market_Portobello Road Ladbroke Grove, London W11 1LU UK)


 영화 <노팅힐>은 10번도 더 본 영화 중의 하나로 휴 그랜트가 원테이크로 걸었지만 사계절이 바뀌었던 포토벨로 마켓은 꼭 가보고 싶은 마켓 중의 하나였다. 지하철을 타고 노팅힐 게이트에서 내려 산책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포토벨로 마켓은 걷는 거리거리 하나하나가 영화 세트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기자기했다.


포토벨로 마켓 입구

 런던의 대표적인 앤티크 마켓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엄청 붐볐고, 영국식 앤티크 식기부터 빈티지 제품이 줄지어 우리를 유혹하는데 가격이 너무 사악해서 선뜻 고를 수가 없었다.

 영화 <노팅힐> 휴 그랜트의 집으로 배경이 되었다고 사람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던 파란 대문 앞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된냥 사진을 찍으며 <노팅힐>을 만끽한 후 아이들의 영화 <패딩턴> 인형 가게를 만났다. 귀여운 패딩턴에서 반가운 페파 피그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아이들은 신이 났지만, 콧대 높은 가격표를 두른 인형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내려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버스킹 구경


 스타벅스 앞 고급스러운 버스킹 연주에 혼을 쏙 빼고 기름에 지글거리는 수제 햄버거와 핫도그, 츄로스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에 1.5파운드치 버섯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이 기름지고 니글거리는 속을 버섯 넣은 된장으로 잠재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버로우 마켓 (Borough Market_8 Southwark St, London SE1 1TL UK)


 런던의 버로우 마켓은 유명한 셰프 제이미 올리버도 주말마다 신선한 재료를 사기 위해 들른다는 마켓으로 유명한데, 런던 타워브리지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다. 런던의 살아 숨 쉬는 버로우 마켓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사람 냄새나는 먹거리과 볼거리에 나대는 심장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버로우 마켓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보라고 선택권을 주었더니 엉덩이들이 신이 났다. 하이에나처럼 먹을거리를 찾던 중 딸아이들 레이더망에 포착된 피시 앤 칩스! 영국 런던에서 맛보는 오리지널 피시 앤 칩스를 드디어 맛보게 되었다.

Fish! kitchen

 갓 튀겨져서 나온 피시 앤 칩스를 받아 들고 시장의 후미진 골목 구석자리에 불편하게 자리를 잡아 맛본 피시 앤 칩스. 바삭 소리와 함께 비집고 나온 기름마저 고소한데 어찌 감히 맛을 평가하랴. 쌀쌀한 날씨에 허기진 배가 그 맛을 배가시켜주었으니 아이들은 황홀경에 빠지기 충분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때의 추웠던 공기 속에서 맛본 피시 앤 칩스의 감칠맛이 입안에 감돌고 정신없이 먹어 손가락과 목도리에 묻었던 케첩마저도 기억을 스친다.

 다음 공략할 먹잇감은 갓 화덕에서 나온 치즈피자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피자 한 박스를 해치워버렸다.

배도 채웠으니 우리 구경이란 걸 해볼까?

가슴 설레게한 빵과 도넛, 치즈와 잼들의 줄이은 행진


또 가고 싶은 버로우 마켓



쥬빌리 마켓(Jubilee Market_The Piazza Covent Garden, London WC2E 8BD UK)


코벤트 가든은 쥬빌리 마켓을 들리기 위해 찾았던 곳이 아니라 코톨드 갤러리를 방문하기 위해 지났던 길에 우연히 만난 마켓이었다. 우선 코돌트 갤러리를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코톨드 갤러리는 서머셋 하우스 부속 건물에 있는 개인 미술관으로 사업가였던 새뮤얼 코톨드가 개인 소장한 작품으로 전시되어있는데, 무엇보다도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더없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설레며 출발했다.


엄마표 유럽워크북_코톨드 갤러리 그리고 서머셋 하우스
엄마표 유럽 워크북을 구두로 설명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중

 코돌트 갤러리를 찾아가는 거리는 250년 이상 런던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던 오페라하우스와 무대예술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극장들이 줄지어 있어 어느 다른 목적지보다 더욱 세련미가 넘쳤기에 더욱더 기대를 하고 도착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하필이면 우리가 도착한 날에 코톨드 갤러리는 리뉴얼 공사 중이었다. 안내직원은 우리의 사정을 듣고는 너무 안타까워했고 지쳐 보이는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해주었다. 거기서 우리는 점심 도시락으로 싸온 주먹밥과 과일 도시락을 먹으면서 유럽 워크북 코돌트 갤러리 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완성해나갔다.


 아쉬운 마음을 알아주었던 것인지, 코돌트 갤러리에서 나와 걷고 있던 길에 만난 코벤트 가든의 쥬빌리 마켓은 앤틱의 끝을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가득했다. 은으로 만든 식기류와 골동품, 인형 책까지 모든 것들이 영국스러운 앤틱한 멋이 담겨있었고 어떤 제품은 너무 앤틱이 흘러넘쳐 과연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할까 싶은 것들도 있었다.

앤틱이 흘러넘치는 코벤트 가든 역

 비록 코돌트 갤러리는 만나지 못했지만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버스킹 장소까지 지났으니 꿩 대신 닭이라기보다 닭 대신 꿩을 만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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