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석양은 언제나 옳다.
부산에 살 때는 바다의 존재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몰랐다. 그리고 오랫동안 서울 가까이 근거지를 옮기고 보니 새삼 바다가 그리울 때가 더러 있었다. 오랜만에 부산을 내려갈 때면, 어김없이 바다를 찾았고 바닷가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딸아이들이 파도에 사르륵 젖은 자신의 맨발에 까르르 웃음 터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부산에 살 때는 이 행복함을 완전하게 즐기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곁에 있을 때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 그게 바로 바다였다.
한 달 가까이나 되는 '살아보는 여행'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버거울 때가 많았고, 혼자서 두 딸아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심적으로 짓누를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도시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이렇게 마음이 다소 버거운 이 순간 우리에게 펼쳐진 남프랑스 니스의 바다!
우리, 여기서 내려요.
무턱대고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그곳이 프로메나드 데 장글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프로메나드 데 장글레(앙글레 산책로)는 종려나무와 해안의 아름다운 곡선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남프랑스 니스의 바닷바람은 나의 무거운 심적 체증을 가시게 해 주었고 한동안 벤치에 앉아 사이다 같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그 소중함이
나도 모르게 손에 모래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나면
그 헛헛함에 아쉬워하며 울음이 터질지도 모르지.
우리의 인생사가 다 그런 법이지. 니스의 드넓은 바다를 두고 세상 철학적이다. 당이 부족해서 까칠한 것이야. 애미야 밥 먹자.
천혜의 휴양지 니스의 석양이 우리를 향해 어김없이 달려오고 그림과 같은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니스의 석양은 언제나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