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지현 Oct 20. 2021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환상적인 프랑스 성당 이야기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샤펠, 사크레 쾨르 대성당

 무교인 나에게 다른 곳이 아닌 성당이라는 존재는 나의 존재를 한없이 무력화하는 큰 힘이 있다.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성당은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나의 죄를 사죄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인자한 느낌과 가엾은 나를 온화하게 품어줄 것만 같은 따스함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나도 모르게 터진 눈물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노트르담 대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_6 Parvis Notre-Dame - Pl. Jean-Paul II, 75004 Paris, France)

현재 재건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2019년 4월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가 뉴스로 실시간으로 보도되었을 때 파리의 시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쏟아냈고 나는 2008년 숭례문 화재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었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우리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한창 재건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앞은 공사장과 다름없이 처참하였고, 가림막에는 그날의 화재 사진을 담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처참하고 암담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엄마표 유럽워크북_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의 그 안타까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센강은 유유자적하게 흐르고 있었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슬픈 사연 앞에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면서 그 안타까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생트 샤펠 성당(Sainte-Chapelle_10 Bd du Palais, 75001 Paris, France)


생트 샤펠 
아래층_서민들이 예배하던 곳
위층_왕족과 귀족들이 예배하던 곳

 생트 샤펠은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교회로 내부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아래층은 서민들이 예배하던 곳으로 아치 형태의 대들보와 기둥이 담백하게 장식되어있고 위층은 좡족과 귀족들이 예배하던 곳으로 벽면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위층에 올라가자마자 관람객 모두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감탄사로 내부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고 관리인은 조용히 해달라는 경고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감히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뚫고 나오는 위대하고 환상적인 생트 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햇살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흡입력으로 우리를 매혹하고 있었다. 


입을 틀어막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생트 샤펠 샵

 생트 샤펠을 나온 뒤로도 그 감동이 가시지 않아 자꾸만 뒤돌아보던 찰나 가까운 거리에 콩시에르주리가 있었다. 혁명기에 공포의 상징이었던 옛 감옥이었던 콩시에르주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독방이 그대로 재현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유품들도 전시되어있다고 하기에 방문하였다.

콩시에르주리 shop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é-Cœur_35 Rue du Chevalier de la Barre, 75018 Paris, France)

 한때 고흐와 피카소가 예술을 이야기하던 낭만의 감성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던 길에 <나 혼자 산다> 한혜연과 충재가 사진을 찍었던 사랑해 벽을 만났다. 아이들은 누가 한글 '사랑해'를 빨리 찾나 시합을 벌이고 있었고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사랑해 벽 (Le Mur des Je t'aime)
여기가 프랑스다 혀를 때리며 올라오는 고소한 풍미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는 길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빵 냄새가 우리를 이리오라 손짓했는데, 파리의 크루아상을 하나씩 손에 들고 한입 베어 무니 고소한 풍미가 혀를 때리며 여기가 프랑스다! 짜샤! 큰소리쳤다.

사크레 쾨르 사원
엄마표 유럽워크북_사크레 쾨르 사원 & 그리스도 천장 모자이크

 다소 어지럽던 사크레 쾨르 사원 외부에서 사원 내부를 들어오니 압도하는 엄숙함과 편안함이 공존했다.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사크레 쾨르 사원에서 아이들은 조용하게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무슨 기도를 드렸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엄마 눈에는 훤히 보인다.

  사크레 쾨르 사원 정문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리 시가지의 뻥 뚫린 전경은 가슴 구석구석을 청량하게 해 주었지만 비가 오는 날씨 속에 오래도록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몽마르트르를 올라올 때는 몰랐던 케이블카를 발견하고 내려왔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큰아이의 목도리가 없어져서 갤러리를 뒤져서 언제까지 목도리를 하고 있었을까 탐정이나 된 것처럼 추리해보았는데 바로 저 케이블카에서 두고 온 것이 분명하다 우리끼리 결론을 내렸다. 아직 그 목도리만은 파리에 있겠구나. 부럽다. 



이전 12화 십 년 전 포즈로 개선문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을 뿐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