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 가면 보통 질초음파를 한다. 굴욕 의자라 불리기도 하는 그 의자에 누워서 진료를 본다. 어느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니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 그 단어를 들으면 별로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한다. 굴욕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기 위한 검진을 하기 위한 건데.. 내 생각도 그렇다. 자궁의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검진 과정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매번 검진복으로 갈아입고 누우면 민망하긴 하다.
임신을 해서도 한동안은 질초음파를계속한다.복부초음파로는 잘 안 보여서 그런 것 같다. 1cm 도 안 되는 아기집도 보고 아기집이 좀 더 커서 그 속에 보이는, 아주 작은 꼬물이 아기도 보려면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복부초음파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걸 언제 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는 하겠지.
그러다 11주쯤 되어서 이제부터는 복부초음파로 한다는 소리에 기뻤다. 검진복으로 갈아입는 과정이 없어도 되고 자주 검진해서 익숙할 만도 한데도 민망한 질초음파를 당분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보다 더 기쁜 건 아기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어서였다. 꼬물꼬물 얼마나 귀여울까?
11주가 되어서 남편과 복부 초음파실에 같이 갔다. 바지를 살짝 열고 수건으로 감싼 후 배에 젤을 발랐다. 초음파 동영상 녹화를 해 주지만 생생하게 우리의 반응도 같이 들어갔으면 해서 남편에게 동영상을 찍어달랬다. 초음파를 보기 시작하고 모니터를 보는데 감동이었다. 뱃속에 아기가 있다니! 남편은 뭔가 징그러워하기도 했고, 이제야 아기가 생긴 게 실감 난다고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가가 활발해서 노는 모습이 잘 관찰되었다.발로 아기집 벽을 구르며 양수 속에서 온 몸을 높이 튕기며 노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엉덩이로 트램펄린을 타는 모습 같았다. 태동을 느끼는 기간이 아니라서 그렇게 팡팡 벽을 차며 뛰고 노는데도 내 배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입덧이 없었다면 임신한 걸 잊었을 수도있을 정도로 배는 임신 전과 차이가 없으니깐. 그렇게 가끔 임신한 걸 잊는 데도 건강하게 아주 잘 놀고 있어 줘서 고마웠고 감동이었다.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임신 확인서가 나올 때 까지는 병원에 자주 갔는데 그 이후로는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가서 복부초음파로 확인을 했다. 태동이 없었던 초기에는 아기가 잘 지내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한달에 한 번 아니라도 중간에 병원에 가서 초음파 진료를 또 보아도 되지만 가지 않았다. 초음파 진료비가 급여, 비급여로 나뉜다는데 건강보험에서 급여처리가 되어 싸게 받을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있다고. 서류를 떼어야 해서 필요하거나 위급한 사정이 아니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아무 문제 없이 아기가 잘 지내고 있는데 초음파를 보고 또 보러가는 것도 이상하고.
지금은 태동이 매일매일 있어서 초음파를 보지 않아도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눈으로 우리 아가를 볼 수 있는 초음파 보는 날은 늘 기다려지고 설렌다.
나는 원래 아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친구들이 하던 말이 딱 맞다.
"아기를 안 좋아하더라도, 자기 자식은 다 좋아하게 되더라고. 네가 아기가 생겨도 엄청 좋아할걸?"
그렇게 되는 이유는 정확히모르겠다. 아마도뱃속에서 몇 달동안 꼬물거리는 걸 느끼다 보면 사랑스러워지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