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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Sep 07. 2021

4컷 생각 #83 임신은 처음이라11 - 입덧(3)

건강한 입덧

지나고 보니 나의 입덧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강한 입덧이었다.


(나의 입덧인 체덧에 관해 썼던 글)

https://brunch.co.kr/@glateverymoment/120


우리 부부는 자주 외식을 하거나 시켜먹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거나 기름진 음식, 짠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었다. 임신을 준비하면서부터 그런 음식들을 덜 먹기는 했지만 먹고 싶어 하면서 참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입덧을 하면서 쳐다도 보기 싫었다. 심지어 냄새까지 거부를 해서, 남편은 주방 식탁에서 라면 하나 편하게 못 끓여먹고 냄새가 나오지 않게 작은 방에 들어가 라면을 포트로 끓여 먹었다. 그런데 다행히(?) 먹기 싫어져서 스트레스를 전보다 덜 받았다. 먹을 수 있는 걸 참고 안 먹는 스트레스가 더 큰 나에겐, 입덧 때문에 차라리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못 먹게 된 게 위안이 되었다. 덕분에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게 되었다.


소화가 안 되는 체덧이라 한 숟가락만 먹어도 체했는데 그게 결국에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바로 움직이는 습관을 만들어줬다. 먹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거나 먹은 걸 바로 정리했다. 예전에는 '좀 쉬다가 해야지' 하면서 테이블도 싱크대도 그대로 두었다가 미루고 했었다. 미루니깐 더 하기 싫어지고 집도 더러워졌다.


그런데 억지로 소화시키려고 움직이다 보니 집도 깨끗해지고, 그걸로 부족할 때는 바로 집 안에서 걷기를 시작해서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노래를 틀고 박수를 치는데 등이 접힐 정도로 크게 박수를 치면 소화가 잘 되었다. 소화불량 덕에 움직이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체덧이라 음식 양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원래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했다. 맛있는 게 있으면 눈이 돌아가서, 배가 가득 찼는데도 목까지 넘어올 정도로 음식을 먹었다. 그래서 살도 잘 쪘다.


체덧을 겪으며 하루 6숟가락 정도 밥을 먹어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 되면 끼니를 다 챙겨 먹지 말고 건너뛰는 게 몸에 더 좋다는 것도 알았다. 소화 기관들이 버겁다고 보내는 신호를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충분히 나 스스로 음식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체덧도 가라앉으며 다시 적당히 음식을 먹게 되었다.


휴대폰을 하루 종일 잡고 있는, 시작하면 끊지 못하고 절제가 어려운 나였는데 입덧 때문에 휴대폰까지 못하게 되었다. 휴대폰을 하면서 누워 있는데 어질어질 머리도 아프고 속도 안 좋고 힘들었다. 그래서 휴대폰을 멀리 보내고 그 시간에 전자책을 읽어봤는데. 그것도 힘들었다. 전자파 때문일까?


휴대폰과 전자책도 보기 힘드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 덕에 입덧 기간 동안 책을 전보다 많이 읽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나의 입덧은  건강한 입덧이었다.


좋은 습관 가져서 건강한 생활을 하라고 엄마에게 가르쳐 준 것 같다. 입덧이 사라진 지금, 다시 예전처럼 거의 돌아갔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때 깨달은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가가 알려준 대로 다시 건강하게 지내볼게! 먹는 양 적당히, 종류는 건강한 음식으로, 먹고 나서 바로 움직이기, 전자제품 멀리 하기, 하루 종일 눕지 말기. 입덧을 하며 몸소 체험한 걸 다시 잘 지켜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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