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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Sep 19. 2021

4컷 생각 #89 임신은 처음이라17 - 수축기간

누워서 할 수 있는 것 찾기

모든 의욕이 상실된 2주간 멍하니 영상만 보며 지냈다. 수축 멘붕 기간이 끝나고 다음 진료까지 2주가 더 남은 기간에도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그래도 다시 긍정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해서 이제야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란 생각이 가능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지겨워하는 사람이라 앞으로도 누워서 멍하니 있거나 영상만 보면 이제부터는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거란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내가 누워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운동, 걷기, 산책, 집안일은 아예 못하고 일어날 수 있는 건 화장실 갈 때, 밥 먹을 때지. 그럼 나머지 시간에 누워서 뭘 하면 내가 지루하지 않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예능은 이미 볼 거 다 봐서 이제 정말 지루해졌어.


내가 뭘 할 때 뿌듯하고 행복해하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을 확인해보니 배우는 데랑 먹는 거 사 먹을 때 많이 쓰네. 그중 누워서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겠구나.


태교도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데 음악 듣기는 별로 안 하고 싶으니 소리 자극을 주기 위해서 내가 말을 해야 하겠지? 혼자 중얼거리는 건 힘드니깐 뭔가를 소리 내어 읽으면 좋겠다. 양수가 흔들리는 게 발달에 도움된다고 했는데, 움직일 수 없으니 누워서 배를 흔들흔들하면 조금은 도움이 되려나?


이런 생각들로 누워서 할 수 있는 걸 골라냈다. 영상 수강해서 배우기, 소리 내어 책 읽기, 배 흔들흔들 움직이기. 이렇게  하루에 세 분야를 1개씩 하면 덜 지루하고 성취감을 느낄 거 같았다.


수강한 것은 0세부터의 발달이 궁금해서 아이 발달 관련 수업, 내가 관심 있는 경제(이건 유튜브에 무료로 좋은 게 많아서 그걸 보며 배움), 발음을 정확히 하고 싶고, 소리 내어 연습하면 태교에도 좋을 것 같은 스피치 강의를 수강했다. 책 읽기는 회화식으로 된 영어책,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 영어 대화,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배 흔들흔들은 하루 한 번 정도 10초 정도라도 누워서 흔들었다. 수축이 없을 때 살살.


귀찮을 때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하기도 했지만, 그냥 멍하니 지내는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성취감도 느껴지고 뿌듯했다. 역시 나는 배우면서, 나를 발전시키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진료받을 날이 올 때까지, 이렇게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냈다. 또 2주가 지나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하루 수축 횟수를 말씀드렸다.


"요즘에는 잠시 앉을 때 그러니깐 밥 먹기 전, 밥 먹은 후, 2회씩 6번, 그 외 포함하면 보통 하루 10회 정도였는데 누워 있어서 바로 풀렸어요. 지난번처럼 생리통처럼 한 부위가 찌릿찌릿하고 시간 간격이 규칙적으로 아픈 건 없었어요. 수축이 오면 그냥 바로 누워서 풀어서 그런 거 같아요!"


"규칙적이지 않고 금방 풀리면 괜찮아요. 그리고 경부 길이도 줄지 않아서 좋네요! 그래도 운동은 하지 마시고 수축이 일어나면 풀리게 바로 누우세요. 앉는 것과 산책은 할 수 있으면 집 앞 정도는 가도 되는데 수축이 일어나면 바로 앉거나 누워서 쉬어주어야 해요. 앉아서 안 풀리면 누워야 하고요."


"와! 그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지 않아도 되나요?"

"네~ 그렇다고 많이 움직이면 안 돼요! 누워있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수축 오는데 돌아다니라는 뜻은 아니에요."


계속 눕지 않아도 된대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이번 진료에서 이제 돌아다니고 산책하고 운동도 하면 된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조금 실망했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라도 앉아서 뭔가 할 수 있게 된 게 어디야~ 맨날 누워 있는 게 좋아? 아니면 지금이 좋아? 좋게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바꿔 말해주는 남편 덕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이게 어디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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