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운 Sep 22. 2021

4컷 생각 #90 임신은 처음이라18 -나의 일상

엄마는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며 지낼게

집에서 앉을 수 있게 된 후 나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운동과 집안일은 여전히 하지 못해도 앉아있다가 수축이 왔을 때 얼른 누워서 쉬기만 하면 그 외의 것은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뭘 할까?' 하면서 매일 하고 싶은걸 생각해내고 실천해봤다. 그렇다고 뭐 거창한 건 아니다. '앉아서 책 1쪽 이상 읽기, 다이어리 1글자 이상 써보기' 이런 거였다. 며칠 동안 무작정 그날 생각나는 대로 했는데 참 좋은데 뭔가 힘든 느낌이 들었다. 아침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는 걸 매일 하니 그 시간부터 에너지를 써야 했다. 정작 하는 일은 같았다.


그리고 아침에 정해 놓은 걸 다 해버리면, 남편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며 한없이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밥 먹고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 언제 오지?' 하며 그 시간이 오기까지 뭐라도 생각해내서 하면서도 시계를 계속 쳐다봤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에는 느끼지 못한 그런 감정이다. 강아지가 주인이 보고 싶어서 한없이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차가 막혀 늦게 오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남편도 빨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하고, 늦으려고 늦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짜증을 내면 태교에도 안 좋을 테니깐.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지금 내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것이 매일 뭔가를 할 것을 생각해내는 거니, 미리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고 매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일어나서 남편 오기 전까지 매일 하는 게 거의 비슷했으니깐, 뭘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바로 일정을 해 나가는 게 에너지 소비가 덜 할 것 같았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먼저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생각나는 대로 막 적어보는 걸 말한다. 최대한 많이 적어보았다. '이걸 다 하면 나는 지치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고 싶은 것, 사소한 것을 다 적었다.


이렇게 목록만 나열되어있으면 해야 할 일이 또 스트레스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중에는 '내가 이걸 꼭 왜 해야 하지? 왜 하고 있지?' 이런 현타의 시간이 오게 된다. 목적 없이 하고 싶은 것 목록을 매일 지켜서 해봤을 때, 그 끝은 늘 그랬었다.


그래서 이번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기록과 목표에 관한 알찬 강의를 마침 들어서 거기에서 배운 내용으로 먼저 질문을 해봤다. 이런 건 처음 생각해봤다.


나는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배우고 늘 발전하는 삶

나는 죽기 직전, 무엇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할 것 같은가? 부정적인 생각으로 망설이다가 뭔가를 시도해보지도 못한 것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는가? 본받을게 많고 늘 발전하는 사람이었어.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나, 가족 지인 모두 건강하고 서로 존중하며 감사하고 지내며, 늘 발전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삶.


답변을 해보니 나는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위와 같았다. 누구나 원하지만 내 속에서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와닿았다.


이렇게 큰 목적을 맘속에 담고 도움이 될만하고,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것들을 브레인스토밍 했던 목록 속에서 골라냈다. 목록을 고를 때도 질문을 했다.


왜 이걸 만들고 있지? 매일매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하루를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서.

그럼 나는 언제 행복하지? 배우고 발전할 때 제일 행복해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건 뭐지? 운동과 집안일은 못해. 나중에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그럼 뭘 할 수 있어? 움직임이 많은 것을 빼고는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어.

그럼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목표로 해보고 싶어? 좋은 습관을 만들어서 나도 발전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거야.

그러면 이 목록 중에 목표에 맞고, 지금 당장 해낼 수 있는 것을 골라보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건 레벨업이 되면 하면 되니깐, 내 수준에 맞는 아주 쉬운 것만.


이런 생각 과정을 거쳐 매일 좋은 습관 만들기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하면 좋다는 뜨개질, 만들기, 음악 듣기와 같은 태교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태교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도 있고, 내가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 해보고 싶은 것을 넣었다.


이렇게 매일 표시하며 나만의 체크리스트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아주 낮은 목표라도 못하는 것이 있다. 못하는 건 x표시를 한다. 대신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는다. 1초라도 하면 동그라미 하고 해낸 순서를 동그라미 안에 숫자로 쓴다. 동그라미를 하면 뿌듯하고 성취감도 느껴진다. 기록하지 않고 무작정 할 때는 똑같은 행동을 했어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결산을 해서 내용을 수정해 나간다.


처음 목표를 생각하고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매일 아침마다 즉석에서 할 것을 생각해내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율적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앞으로도 계속 수정을 해가며  상황에 맞게 고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예전의  모습보다 점점 더 나아질 거다.


아가야, 엄마는 이렇게 행복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 좋은 호르몬이 가득 나오게. 그게 너한테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

작가의 이전글 4컷 생각 #89 임신은 처음이라17 - 수축기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