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오래간만에 음식점에 갔다. 열린 공간은 조금 불안하기도 해서 우리끼리만 들어갈 수 있는 방으로 예약했다. 평소에는 못 사 먹는 비싼 가격이 었지만, 나오는 음식이 다 맛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밑반찬이 맛있어서 우리는입을 모아 "주방장님 음식을 잘하시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밑반찬이 다 나오고 메인이 나온 후 식사가 끝나갈 때쯤 우리는 다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속이 더부룩하기도 했다. 분명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주인아저씨의 푸념 때문이었다. 메뉴를 골라서 주문하고 나니 푸념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네 테이블도 안 와요. 그래도 이 메뉴는 원가 따지지 않고 드시라고 세트 메뉴로 만들어 놨어요. 남는 거 없이 파는 거예요. 재난 지원금 받은 거도 다 썼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무튼 맛있게 해 드릴게요."
코로나로 인해서 음식점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러시는구나 생각되어서 이해가 갔다. 엄청 힘드시다는 걸 공감해드리고 우리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오래간만에 만난 회포를 풀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밑반찬을 하나씩 가져다주셨다.
그런데 오실 때마다 계속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요즘 많이들 힘드시다더라고요. 저희가 인터넷에 후기라도 잘 써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악의적으로 식당을 망하게 하려고 후기를 남긴 사람이 있어서 속상하고 이 사람 신고해버릴 거다 라고 하길래, "악플 쓰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꼭 잘 써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대답하며 밥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다.그러다 음식을 가지러 나가시고 다시 우리끼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 몇 분 뒤, 부족한 반찬을 주시면서 휴대폰도 가져오셔서 악의적이라고 말한 글을 보여주셨다. 얼마나 이상한가 싶어서 내가 검색을 해서 자세히 읽어봤더니 악의적으로 악플을 게 쓴 게 아니었다. 장점은 좋았던 대로 쓰고 단점도 '나빴다'가 아닌 '이건 내 입맛에는..' 정도의 수위로 쓴 글이었다. 그래도 속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맛있는데 속상하셨겠네요, 저희가 잘 남길게요!"라고 하고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이어서 계속 말씀을 하셨다. 이 사람 곧 신고할 거라고.. 등등.말을 듣는 동안 음식이 식어가서 속상했다. 어찌어찌 밥을 먹고, 나올 때 우리에게 후기를 잘 남겼는지 물어봤다. 먹으면서 후기를 남겨서 '남겼다'라고 대답하고 나왔다.
분명 맛있었는데.. 조금만 이야기했으면 맛있어서 기분도 좋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