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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Oct 05. 2020

4컷 생각 #8 무슨 말이든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그래서 잔소리는 더더욱 줄여야 하나 봐

얼마 전에 오래간만에 음식점에 갔다. 열린 공간은 조금 불안하기도 해서 우리끼리만 들어갈 수 있는 방으로 예약했다. 평소에는 못 사 먹는 비싼 가격이 었지만, 나오는 음식이 다 맛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밑반찬이 맛있어서 우리는 입을 모아 "주방장님 음식을 잘하시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밑반찬이 다 나오고 메인이 나온 후 식사가 끝나갈 때쯤 우리는 다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속이 더부룩하기도 했다. 분명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주인아저씨의 푸념 때문이었다.  메뉴를 골라서 주문하고 나니 푸념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네 테이블도 안 와요. 그래도 이 메뉴는 원가 따지지 않고 드시라고 세트 메뉴로 만들어 놨어요. 남는 거 없이 파는 거예요. 재난 지원금 받은 거도 다 썼어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무튼 맛있게 해 드릴게요."


코로나로 인해서 음식점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러시는구나 생각되어서 이해가 갔다. 엄청 힘드시다는 걸 공감해드리고 우리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오래간만에 만난 회포를 풀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밑반찬을 하나씩 가져다주셨다.


그런데 오실 때마다 계속 어렵다는 이야기하셨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요즘 많이들 힘드시다더라고요. 저희가 인터넷에 후기라도 잘 써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악의적으로 식당을 망하게 하려고 후기를 남긴 사람이 있어서 속상하고 이 사람 신고해버릴 거다 라고 하길래, "악플 쓰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꼭 잘 써드릴게요."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대답하며 밥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다. 그러다 음식을 가지러 나가시고 다시 우리끼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 몇 분 뒤, 부족한 반찬을 주시면서 휴대폰도 가져오셔서 악의적이라고 말한 글을 보여주셨다. 얼마나 이상한가 싶어서 내가 검색을 해서 자세히 읽어봤더니 악의적으로 악플을 게 쓴 게 아니었다. 장점은 좋았던 대로 쓰고 단점도 '나빴다'가 아닌 '이건 내 입맛에는..' 정도의 수위로 쓴 글이었다. 그래도 속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맛있는데 속상하셨겠네요, 저희가 잘 남길게요!"라고 하고 마무리가 되는가 싶었는데..


이어서 계속 말씀을 하셨다. 이 사람 곧 신고할 거라고.. 등등. 말을 듣는 동안 음식이 식어가서 속상했다. 어찌어찌 밥을 먹고, 나올 때 우리에게 후기를 잘 남겼는지 물어봤다. 먹으면서 후기를 남겨서 '남겼다'라고 대답하고 나왔다.


분명 맛있었는데.. 조금만 이야기했으면 맛있어서 기분도 좋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했을 텐데..


이래서 무슨 소리이든 적당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잔소리는 더 줄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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