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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 Oct 07. 2020

4컷 생각 #10 자나 깨나 입조심 1탄

말이 늘었더니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예전에는 더 못했다. 거의 듣기와 리액션만 했다. 혹시라도 말을 해야 하는 때에는 대충 어버버버 하면 친구들이 찰떡같이 알아맞혀 줬다. "그거 있잖아 그거~"하면 퀴즈 풀 듯이 내 말을 맞춰나갔다.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말을 꼭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에 적합한 의사소통은 잘 되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나, 친구들끼리만 있어도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는 긴장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개그도 칠 정도로 좋아졌는데..


말하는 재미를 느끼자,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재미있으라고 이야기를 해 버렸다. 원래 나한테 뭔가를 말하면 절대로 새 나가지 않는데.. 나는 본의 아니게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던 건가?


예전에 "저 말은 안 해도 될 말인데 쟤는 왜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한 적이 종종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내가 막 굳이 안 해도 될 말까지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었다. 말을 전보다 잘하게 되어서 기뻐서 그랬나 보다.


말을 마구 해버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해도 될 말을 잘 구분해서 하기로. 사실 말을 할 줄 알아도 내 말은 최소한으로 하고 듣거나 리액션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긴 하다. 못해서 안 하는 거랑 할 줄 아는 데 안 하는 건 다른 거다. 이제 말을 할 줄은 알았으니 할 말만 잘 골라서 하고 필요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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